해리 해리스 駐韓 미국대사 내정자, 상원 인사청문회
"김정은이 진지한 협상할지 가늠하는 차원에서
韓·美 훈련 일시 중단할 필요
한국은 시장 원칙 지키는 친구
양국 동맹 더 깊게 만들 것"
[ 주용석 기자 ]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내정자(62·사진)가 14일(현지시간)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 계속 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 12일 미국과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에 합의했지만 핵 위협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한·미 연합훈련 중단 문제에 대해선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진지한 협상을 하는지 가늠하는 차원에서 주요 훈련을 일시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한국은 경제적으로 우리의(미국의) 여섯 번째 무역 파트너이자 미국 농산물의 다섯 번째 큰 시장이며 한국의 대미(對美) 직접투자는 아시아(국가 중)에서 두 번째로 크다”며 한국과의 ‘경제동맹’을 강조하기도 했다.
해리스 내정자는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이 여전히 핵위협국인지 묻는 질문에 “그에 관한 우려를 계속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는 “북한으로부터의 핵 위협은 더 이상 없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과는 다른 것이라고 AP통신은 해석했다.
해리스 내정자는 이어 ‘비핵화의 정의’를 묻는 질문에 “핵무기와 장비, 연구, 운송수단을 포함한 모든 것의 완전한 비핵화를 의미한다”며 “(비핵화가) 구체적으로 증명될 때까지 대북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대북 제재를 풀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유엔 회원국으로서, 유엔의 대북 제재를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한·미 훈련에 대해선 “(한반도의) 전반적인 풍경이 달라졌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훈련 중단’ 방침을 지지했다. 그는 “(태평양사령관이던) 지난해에는 전쟁이 임박하지 않았더라도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훈련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미·북 정상회담으로 인해 극적으로 달라진 곳(환경)에 놓이게 됐다”고 견해가 바뀐 배경을 설명했다.
훈련 중단 범위는 ‘모든 훈련’이 아니라 ‘주요 훈련(major exercises)’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훈련을 지칭할 때 사용한 ‘워게임(war game)’이란 말은 쓰지 않았다.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선 “모든 이슈가 한 번에 해결되지는 않지만 진지한 협상을 시작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미 동맹에 대해선 “(미국의) 한국에 대한 동맹 약속은 철통같다”고 했다. 별도의 서면답변에서도 “미국은 한국보다 더 좋은 친구, 파트너, 동맹을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한국은 ‘법의 지배’와 시장원칙을 지키는 동료 챔피언”이라며 “인준을 받으면 한국과의 동맹을 더 깊게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해리스 내정자는 해군 4성 장군 출신이다. 당초 지난 2월 주호주 대사로 지명됐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주한대사로 재지명됐다. 그는 북핵을 절대 용인하지 않겠다는 ‘대북 원칙론자’로 알려져 있다.
1956년 일본 요코스카(주일미군 해군기지)에서 미 해군 준위로 복무한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지일파’로 분류되지만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청문회 서면답변에서도 “부친이 해군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했고, (경남) 진해에서 한국 수병들을 가르치기도 했다”며 한국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그는 아시아계 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미 해군에서 제독으로 진급한 인물이다. 4400시간 비행기록과 이라크전 8개 전쟁의 작전에 참여한 경력을 자랑한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행정학), 영국 옥스퍼드대(국제정치), 미 조지타운대(안보학) 등 세 곳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외교정책통’이기도 하다. 부인 브루니 브래드리도 해군사관학교 출신으로 25년간 해군에 복무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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