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층 별장' 인식 달라지고
건축 시공단가 증가 등 영향
264㎡ 안팎 찾는 수요자 늘어
홍천에는 1억원 밑도는 주택도
[ 김형규 기자 ]
아파트에 이어 전원주택업계에도 다운사이징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에는 대부분 490~990㎡의 큰 규모 주택을 원했지만 지금은 264~330㎡ 필지의 주택을 찾는 수요가 늘었다. 수요자들이 높은 가격에 심리적 저항을 느끼는 까닭에 공급자들도 기존 필지를 분할하는 등 작은 전원주택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
◆심리적 저항선 5억원
5년 전만 해도 전원주택은 별장이나 세컨드하우스 개념으로 많이 사용했다. 넓은 마당과 큰 집이라는 로망을 실현하기 위해 여유자금이 있는 사람들이 독점하던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서울 근교의 양평, 남양주 일대에 실거주 수요가 많아지면서 크기와 분양금액도 줄고 있다.
양평 전원주택은 5억원을 넘어가면 부담스러워 하는 수요자가 많은 까닭에 이를 넘지 않는 3억~4억원 선의 작은 전원주택들이 나온다. 5~10년 전 490~990㎡ 대지에 짓던 주택이 2년 전 330㎡ 규모로, 지금은 264㎡ 안팎으로 3분의 1가량으로 줄었다. 시행사 등 공급자들도 이 같은 트렌드에 맞춰 필지를 분할해 건축 허가를 받는다. 지가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기 때문에 분양가를 낮추기 위해서는 규모를 줄여야 수요자의 이목을 끌 수 있어서다. 3층 높이로 짓는 주택이 과거의 유행이었다면 최근에는 3층 자리에 다락방을 넣어 총 연면적을 낮춰 짓는 추세다.
조봉훈 알에스코리아 대표는 “양평 전원주택 수요자들은 심리적 저항선이 5억원에 형성돼 있다”며 “3억~4억원대 주택도 나오고 있고, 패널 주택은 2억원에 팔기도 한다”고 말했다. 기존에 지어진 넓은 필지의 주택 등 6억~10억원을 호가하는 물건도 있지만, 신규 진입자가 접근하기 힘든 가격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비싸고 큰 전원주택은 거래도 쉽지 않아 작은 주택이 환금성 측면에서도 좋다.
◆모듈러·땅콩주택도 각광
이 같은 다운사이징 바람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강원 홍천군의 전원주택은 8000만원에 공급 중이다. 한때 더 비싼 가격에 공급되기도 했지만, 1억원을 넘어가면 수요가 줄어드는 까닭에 기존 264~330㎡를 99~132㎡ 규모로 면적을 줄였다. 고양, 용인 등 서울과 인접한 경기 지역에서는 ‘땅콩주택’으로 불리는 집도 건축되고 있다. 땅콩주택은 한 필지에 나란히 두 가구를 지은 집을 말한다. 전에는 한 필지에 주택 하나를 넓게 짓는 게 보통이었지만 최근에는 작게 지어 주택 하나는 되팔거나 펜션으로 활용한다.
지난해 12월과 오는 9월 강화되는 건축 관련 법규로 시공 단가가 늘어나는 점도 작은 주택을 선호하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개정된 건축물 내진설계 의무 범위 확대, 9월1일 시행되는 에너지 절약 설계 기준 강화 등이다. 기존 주택보다 철근과 콘크리트를 더 많이 써야 하고 단열재 두께도 늘어나는 등 20~30%가량 공사비가 비싸지기 때문이다. 김경래 OK시골 사장은 “물가 인상, 임금 인상 등을 고려하면 전보다 건축비가 훨씬 더 많이 든다”며 “예비 건축주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비용”이라고 말했다.
모듈러 주택 등 조립이 가능한 ‘공업화 주택’이 각광받고 있는 이유도 다운사이징 현상과 연관 있다. 공업화 주택은 공업적인 조립 방식을 도입해 90%가량 완성한 주택을 현장에 가져가 나머지 공정을 마치는 것을 말한다. 66~99㎡의 주택은 현장에서 공사를 진행할 때 필요한 인력이 비슷하다. 따라서 66㎡ 주택이 99㎡ 주택보다 3.3㎡당 인건비가 더 비싸게 책정된다. 이 같은 현상을 기피하는 소규모 전원주택 건축주 사이에서 모듈러 주택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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