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단 회의서 의견 모아
사퇴 안하면 임시총회 열어 해임
송영중 "사퇴 생각 없다" 반발
[ 도병욱/박종관 기자 ]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단이 내부 갈등 논란에 휩싸인 송영중 상임부회장에게 스스로 물러날 기회를 주고, 자진사퇴하지 않으면 절차를 밟아 경질하기로 15일 의견을 모았다. 지난 4월 취임한 송 부회장은 지난달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문제를 논의하면서 노동계와 손을 잡는 모양새를 보여 구설에 올랐고, 지난달 말부터 1주일 넘게 출근하지 않아 임직원과 불화를 겪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손경식 회장이 직간접적으로 송 부회장에게 자진사퇴하라고 권유했지만 송 부회장은 계속 출근하겠다고 버텼다. 결국 회장단까지 나섰으나 송 부회장이 물러날 생각이 없다는 뜻을 재차 밝히면서 ‘경총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송 부회장에게 명예퇴진 기회 준 회장단
경총은 이날 장충동 서울클럽에서 열린 회장단 회의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회장단은 이번 사태 수습을 위해 조속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고 밝혔다. 경총 관계자는 “회장단이 완곡하게 표현했지만 결국 송 부회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며 “명예롭게 사퇴할 기회를 주고 그렇지 않으면 경질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손 회장도 회의 직후 “해임이라는 표현은 각박하다”며 회장단이 사실상 송 부회장을 경질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음을 내비쳤다.
이날 회의에는 손 회장 외에 이장한 종근당 회장, 윤여철 현대자동차 부회장, 조규옥 전방 회장,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 조기행 SK건설 부회장, 안병덕 코오롱 부회장,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 백우석 OCI 부회장,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 등 10명의 비상임부회장이 참석했다. 송 부회장도 회의 중간에 잠깐 들어가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회의에서 비상임부회장들은 송 부회장에게 논란을 일으키게 된 경위와 의도 등을 질의했다. 한 부회장은 “송 부회장이 지인들에게 ‘경총은 곧 없어질 조직’이라고 말했다는데 그게 사실이냐”고 추궁하기도 했다. 한 참석자는 “송 부회장이 자신의 행동에 대해 소명했지만 당초 생각한 만큼 강하게 반론을 제기하진 않았다”며 “결국 누가 잘못했느냐의 문제를 떠나 송 부회장과 다른 임직원이 함께 일하기는 어렵다고 결론냈다”고 전했다.
일부 부회장은 경총 사무국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사무국이 송 부회장에게 소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으려 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고 한다. 다른 부회장은 “경총 사무국의 운영방식도 문제가 없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질타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진사퇴할 생각 없다는 송영중
송 부회장은 회장단 회의에 참석한 직후 “자진사퇴 권고를 받지 않았고 자진사퇴할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회의 결과와 관련해 잘못된 추측(자진사퇴 권유)을 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회장단 앞에서도 “경총을 위해 계속 일하고 싶다”고 발언했다고 한다. 경총 안팎에서는 회장단 결정에 구속력이 없어 송 부회장이 계속 출근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경총은 송 부회장이 끝내 자진사퇴하지 않으면 임시총회를 열어 해임을 논의하겠다는 계획이다. 총회는 경총의 최고 의사기구인 만큼 이 자리에서 그의 해임을 결의하면 절차적 문제는 없다는 게 지배적인 해석이다. 다음달 3일 열리는 정기 이사회에서 송 부회장의 거취가 한 차례 더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경제계에서는 ‘경총 사태’가 장기화하면 가뜩이나 각종 현안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기업들이 더욱 어려움을 겪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굵직한 현안이 산적한데도 경영계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경총이 최근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경총 내홍의 최대 피해자는 기업”이라고 지적했다.
도병욱/박종관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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