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성미 기자 ] “늙으면 빨리 죽어야지….”
“결혼하기 싫다”는 노총각 노처녀의 푸념과 “밑지고 판다”는 장사꾼의 말과 함께 ‘3대 거짓말’로 통하는 노인의 “빨리 죽고 싶다”는 말. 이 뻔한 거짓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이가 있을까.
2015년 일본 문학계 최고 권위의 상인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소설가 하다 게이스케(사진)의 《왜 자꾸 죽고 싶다고 하세요, 할아버지》(문학사상)에선 이 거짓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거동이 불편한 87세의 외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28세 백수 겐토다.
같이 살게 된 몇 년간 “빨리 저세상으로 가고싶다”는 할아버지의 말을 100번도 넘게 들었지만 늘 대수롭지 않게 흘리던 겐토는 문득 ‘지금껏 할아버지의 영혼이 외친 비명을 한 귀로 듣고 대충 흘려버린 것은 아닐까?’라는 얼토당토않은 생각에 이른다. “죽고 싶다는 할아버지의 자조 섞인 고백을 말 그대로 이해하려는 성실한 태도가 부족했다”는 그의 진지한 독백에선 헛웃음이 난다.
‘할아버지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겐토는 “환자를 과하게 간병해서 움직임을 막으면 신체 기능이 쇠약해져 죽음에 이른다”는 간병인 친구의 조언을 충실히 따른다. 할아버지가 운동 삼아 하던 빨래 개기도 대신해주고, 점심에 마실 차도 대신 타준다. 방의 커튼을 활짝 열어젖혀 들이치는 햇살로 피부암을 일으키려는 시도도 해보고, 탄 토스트를 점심으로 주기도 한다.
이 작품은 고령화 시대에 부양 부담이 늘어난 청년 세대와 노년 세대의 날 선 대립을 그대로 보여준다. 겐토는 노인의 의료비와 연금 부담을 위해 젊은 세대가 엄청난 세금을 내야 하는 것에 불만이 가득 차 있다. 국민연금이 빠져나가는 계좌에서 돈을 전부 인출하기도 한다. 겐토가 할아버지의 “죽고 싶다”는 말을 투박하게 이해한 것이 오히려 할아버지의 죽음을 바라는 무의식적 욕망이 투영된 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고령화와 청년실업 문제는 한국에서도 만만치 않은 숙제다. 늘 뉴스에서 접할 수 있는 ‘청년실업’ ‘노인’이라는 단어에 감춰진 이들의 실제 삶이 어떨지 짐작해볼 수 있는 소설이다. 쉽게 읽히지만 그 안에서 다루고 있는 ‘현실’은 결코 가볍지 않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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