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의 脈] 농업이 주는 치유의 힘에 주목할 때

입력 2018-06-18 19:50  

반려견과의 교감이 행복감 높이듯
치유농업은 100세시대 건강 대안
치유농장 등 산업화 전략 마련해야

라승용 < 농촌진흥청장 >



올 초 영국 정부가 ‘외로움 담당 장관’을 임명해 화제를 모았다. 사회적 질병으로 인식되고 있는 고독과 연관된 업무를 담당한다고 알려졌다. 외로움은 매일 15개비의 담배를 피우는 것만큼 해롭다는 보고가 있다. 이로 인해 파생되는 의료비 등 사회적 비용이 매년 3조7000억원이나 된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개인의 문제로 여겨지던 외로움을 국가 차원에서 관리할 만큼 현대인이 겪는 정서적인 공허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1인 가구와 ‘혼밥족’이 늘고 있는 우리나라도 관계 단절과 무관심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몇 년 전부터 이런 문제에 주목해 왔다. 생물이 사람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실험을 통해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동물을 예로 들어 보자. 오랫동안 인류와 함께 살아온 동물들은 인간과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는다. 실험 참가자들은 아동부터 치매 노인에 이르기까지 반려견과 교감을 나눌 때 정서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사랑호르몬’이라 불리는 옥시토신 수치가 올라가고 스트레스는 줄었다. 특히 인간뿐 아니라 반려견의 옥시토신 수치도 함께 올랐다는 사실이 눈에 띈다. 인간과 동물의 교감이 서로의 미숙한 감정을 쓰다듬어 행복을 느끼게 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2010년 농촌진흥청은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법무부와 공동 협약을 통해 청소년 수감자에게 텃밭농업 치유프로그램을 적용한 바 있다. 24주간 주 1회씩 진행된 텃밭 가꾸기 활동은 불안감, 대인예민성, 우울감을 50% 이상 감소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직장인 대상 실험에서도 우울, 분노 등 스트레스 반응이 15%나 줄었다.

치유농업은 지역사회 통합에도 한몫을 한다. 2016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와 공동으로 ‘꿈틀 텃밭학교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50가족이 한 지역에서 텃밭활동에 참여한 결과, 어린이들의 교우관계 및 이웃 간의 교류가 약 10% 늘어났다. 이렇듯 다양한 연령, 다양한 그룹에서 치유농업의 힘이 증명되고 있다.

농업선진국인 네덜란드는 1200여 개 치유농장을 건강보험과 연계해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장으로 활용하는 등 농업의 치유 기능을 이미 산업화했다. 독일도 약과 주사 처방 대신 농장에서 생활하며 건강을 회복하도록 ‘치유농장 활동 처방’을 직업병 보험 항목에 반영했다.

시대적 흐름에 맞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및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치유농업 진흥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법률 제정을 진행 중이다. 또 고객 요구와 문제에 맞는 농업활동 수준과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치유농장에서 원활히 이뤄지도록 지원하는 ‘치유농업사’라는 전문 인력 육성안도 제안했다.

유엔은 미래를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시대로 정의했다. 우리나라 국민 평균수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터키를 제외하고 가장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데이비드 빈 유럽연합(EU) 집행위원은 ‘건강 증진의 질과 효율성을 개선하는 것’이 고령화에 대응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치유농업이야말로 100세 시대 건강을 유지하는 질적 대안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은 치유농업 산업화 환경조성의 일환으로 다양한 발전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는 지방이전 가족의 스트레스 감소와 관계향상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개발했다. 의료기관과의 협업연구로 대사성질환자의 신체활동뿐만 아니라 뇌파, 타액 등의 임상지표 개선효과를 과학적으로 밝혔다. 다양한 관련부처와 협업해 치유농업을 생애주기별 맞춤형 정책으로 정착시킬 계획이다.

농업의 역할이 다양화되고 있다. 보릿고개의 배고픔을 해결하던 먹거리 생산 중심에서 치유의 영역까지 범위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미래를 내다보는 앞선 농업연구개발은 국가의 품격을 높일 뿐 아니라 국민의 더 나은 삶의 질도 담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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