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에너지믹스' 국민 판단 흐리는 전기료 정책은 곤란하다

입력 2018-06-18 19:51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이후 발전 공기업들의 빚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1년간 부채가 2조8000억원 늘어 부채비율이 106.2%에서 116.7%로 높아졌다. 한국전력도 같은 기간 부채가 1조2500억원 증가했고, 올해 1분기엔 2505억원의 적자를 냈다. 한때 90%에 달했던 원전가동률이 50%대로 떨어지자, 액화천연가스(LNG) 신재생에너지 등 고(高)비용 발전 비중을 높인 탓이다.

발전 공기업의 부실이 쌓이면 세금을 쏟아붓든지 전기요금을 올리는 방법 외에는 해결책이 없다. 어떤 방식이든 국민이 부담을 진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정부는 “탈원전 정책이 전기요금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며 “2022년까지 전기료를 올리지 않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24기인 원전을 2038년까지 14기로 줄이고, 현재 7% 수준인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확대하려고 한다. 문제는 비용이다. 전력통계속보에 따르면 한전이 지난해 사들인 전력 중 원전 단가는 ㎾h당 60.76원으로 가장 저렴했다. 다음으로 유연탄 78.97원, 수력 96.95원, LNG 103.67원, 유류 165.4원 순이었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단가는 ㎾h당 90.03원이었지만 정부 보조금을 감안하면 원전 대비 2.5배 이상이라고 한다. 그래서 원전 1기를 멈추고 LNG발전으로 대체할 경우 한국전력은 하루 11억원씩 손해를 보는 구조다.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 정부의 에너지믹스 정책을 추진할 경우 전력 단가는 올라갈 수밖에 없고, 전기료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물론 당장 몇 년은 지금처럼 발전 공기업들이 적자를 감수하면서 전기료 인상을 피해갈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시점이 되면 누적된 적자는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지난 1년간 발전 공기업들의 부채 증가는 그 신호탄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에너지 전환정책에 따른 실상을 투명하게 밝히고, 필요하다면 전기료 인상도 공론화하는 게 맞다. 모든 비용 부담을 발전 공기업에 떠넘기고, “5년만 버티고 보자”는 식의 전기료 동결은 국민의 올바른 판단을 흐리게 하는 꼼수에 불과하다. 결국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에 손상을 주고 국민 부담만 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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