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병훈 기자 ]
“세포 간 신호전달물질 ‘엑소좀’은 말하자면 몸속의 우체부 같은 겁니다. 특정 세포가 엑소좀을 분비하면 중간에 통제하지 않아도 목표 세포를 알아서 잘 찾아가거든요. 암세포를 찾아가는 성질이 있는 면역세포의 엑소좀에 항암제를 탑재하면 약물이 암세포에 정확하게 가서 닿도록 할 수 있습니다.”
배신규 엠디뮨 대표(56)는 “엑소좀을 활용하면 항암제의 치료 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엑소좀에 유방암·대장암·뇌종양 항암제를 넣어 인체에 투약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며 “이런 방식으로 항암제의 전달력을 높이면 약이 정상조직에 잘못 전달돼 생기는 탈모 등의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관련 엑소좀을 전임상 단계로 연구하고 있으며 2021년 임상시험에 들어가 2023년 조건부 시판 허가를 받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배 대표는 1985년 아주대 생물공학과를 졸업한 뒤 1988년 KAIST에서 생물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대상 중앙연구소 책임연구원, 한미열린기술투자 파트너, 카이노스메드 부사장 등을 거쳤다. 엠디뮨은 2015년 창업했다. 배 대표는 “당시 어머니가 암 투병 중이었는데 항암치료 부작용 때문에 힘들어하는 걸 보던 차에 엑소좀을 알게 됐다”며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라는 생각이 들어 당시 바이오기업 이언메딕스에서 관련 특허를 사들여 창업했다”고 설명했다.
배 대표가 매입한 특허는 ‘인공 엑소좀 제조 기술’이다. 그는 “국내 기업 가운데 인공 엑소좀을 다루는 곳은 엠디뮨이 유일하다”며 “인공 엑소좀은 천연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엑소좀의 종류가 많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배 대표는 “얻을 수 있는 엑소좀의 종류가 많아지면 그만큼 더 많은 종류의 질병을 목표로 할 수 있다”며 “얻을 수 있는 엑소좀의 양도 인공이 천연보다 더 많다”고 말했다. 항암제 외에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치료에 엑소좀을 활용하는 방법도 연구 중이다.
엠디뮨은 지금까지 약 6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시장에 내놓은 상품은 아직 없다. 2020년 코스닥 상장이 목표다. 배 대표는 “개발 중인 의약품을 임상 1상 정도에서 다국적 제약사에 기술 이전을 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는 “어머니의 투병이 창업의 계기가 된 만큼 돈 버는 게 연구를 하는 유일한 목적은 아니다”며 “하루빨리 개발을 마쳐 항암제 부작용으로 고통받는 암 환자와 가족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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