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좌장' 서청원, 한국당 탈당… 중진들 '2선 후퇴' 확산되나

입력 2018-06-2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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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 구성 난항…시험대 선 '난파선 한국당'

버티던 서청원, 결국은…
"친이-친박 분쟁 끝없이 반복
역사에 기록될 비극적 도돌이표
이제 조용히 자리 비켜드리겠다"

재연되는 계파별 '생존싸움'
복당파 모임 갖고 자구책 논의
김성태 "단호히 대처" 진화나서

위기수습 이끌 리더십 부재
비대위 구성·쇄신 등 늦어질 듯



[ 박종필 기자 ] 20대 국회 최다선인 서청원 의원(8선)이 20일 자유한국당 탈당을 선언했다. 서 의원은 당내 최대 계파였던 ‘친박(친박근혜)계’에서 ‘맏형’ ‘좌장’으로 불려온 인물이다. 계파 정치의 상징이던 서 의원이 한국당 쇠락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중진 의원을 겨냥한 퇴진론 불씨가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당 의석 수는 113석에서 112석으로 줄었다.


◆계파 수장 모두 불출마 선언

서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제는 제가 당에 도움을 드릴 수 없기에 조용히 자리를 비켜드리겠다”며 “오늘 오랫동안 몸을 담고 마음을 다했던 당을 떠난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2016년) 총선에서 (당이) 패배한 후 2년여 동안 (거취를) 고민해 왔다. 이제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며 “보수의 가치를 제대로 지키지 못해 국민의 분노를 자초한 보수진영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난해 7월 홍준표 대표 체제 출범 후 인적 청산을 앞세운 당 지도부로부터 탈당 압박을 받았지만 끝까지 버텼다. 하지만 6·13 지방선거를 통해 보수진영 전체가 위기에 휩싸이면서 스스로 탈당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비박(비박근혜)계 좌장 격인 김무성 의원(6선)도 앞서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양 계파 수장이 나란히 은퇴 수순을 밟게 된 셈이다.

‘총선 불출마’ 선언은 중진 의원부터 일부 초선 의원까지 이어지는 모양새다. 4선인 김정훈 의원은 “새로운 피를 수혈하려면 기존에 있던 사람이 자리를 비켜주고 새로운 사람이 잘될 수 있게 독려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불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초선 가운데서는 박근혜 정부 당시 장관급 고위관료를 지낸 정종섭, 윤상직 의원 등이 불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결집하는 계파, 생존싸움

이 같은 ‘2선 후퇴’ 선언에도 불구하고 당내 일각에서는 계파 재결집을 꾀하는 등 분열 양상도 감지된다. 지난해 바른정당에서 한국당으로 돌아온 ‘복당파’ 의원들이 따로 모여 자구책을 논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복당파인 박성중 의원(초선)은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휴대폰에서 친박 청산의 내용을 담은 메모가 언론에 노출된 것과 관련해 “(복당파 모임에서) 이대로 있으면 곤란한 것 아니냐, 세력화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와 그것을 메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지방선거에서 ‘친박 정우택, 이완구부터 움직인다. 이런 분들이 세력화하려고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친박들이 우리를 적으로 본다, 우리를 치려고 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설명했다. 해당 메모가 복당파 모임에서 나온 얘기라고 시인한 것이다.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은 박 의원 메모 파문이 확산되자 진화에 나섰다. 그는 “적절치 못한 행동”이라고 지적하며 “계파 갈등과 분열을 책동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서 의원도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듯 “아직도 (당이)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친이(친이명박)·친박 분쟁이 끝없이 반복되며 한 발짝도 못 나아가고 있다. 이는 역사에 기록될 비극적 도돌이표”라고 지적했다.

당 안팎에 최근의 혼란 상황을 정리할 만한 리더십과 권위를 갖춘 인물이 없다는 게 한국당의 근원적 고민이다.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 당 지도체제 구축 논의가 늦어지면서 계파별 생존싸움으로 변질되는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당내에서 자기 희생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계파 재결집을 통해 정치생명을 이어가려는 ‘생존 본능’ 움직임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며 “김 대행이 내세운 ‘중앙당 해체’도 당내 의원 상당수가 반발하는 등 비대위 구성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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