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서 일했으면 ‘작은 부품’밖에 안됐겠죠. 하지만 이곳에서는 업무를 종합적으로 수행하는 ‘멀티플레이어’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어서 만족해요.” “대기업에서라면 한참 신입사원 교육을 받고 있었을 텐데, 여기서는 권한을 갖고 1년에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수주 활동을 하니까 일할 맛이 나고 보람도 큽니다.” 대기업 입사를 포기하고 중소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청년들의 말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에서 이런 청년은 소수에 불과하다.
‘2018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대기업과 공공기관 취업을 희망하는 청소년은 60%나 되는데 중소기업에 취업하려는 비율은 고작 4%에 지나지 않는다. 교육 현장에서나 학부모들도 중소기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 TV 드라마를 보면 중소기업 사장이 부도가 나 채권자에게 쫓기거나 대기업 담당자 또는 공무원들에게 절절매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사회 여러 분야에서의 이런 분위기는 중소기업에 취업하면 ‘실패한 인생’으로 여겨지는 ‘낙인효과’ 탓이다. 규모와 외형을 특히 중요시하는 현실의 씁쓸한 단면이다.
한국 청소년들의 대학 진학률은 약 70%에 달하는 반면 ‘히든 챔피언’으로 대표되는 중소기업 천국인 독일의 진학률은 약 30%에 불과하다. 우리와 달리 독일에서는 직업고등학교를 나와 중소기업에 취업해도 장인으로 대우받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낙인효과로 인해 청년은 구직난에,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허덕이는 일자리 ‘미스매치’가 심화되고 있다. 현재 중소기업의 약 20만 개 일자리가 인력을 찾고 있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일자리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인력 미스매치의 문제이고 중소기업 일자리 ‘정보 부족’의 문제다. 기술력과 경쟁력은 있지만 인지도가 낮아 잘 알려지지 않은 강소기업들이 많이 있지만 이곳에 대한 정보를 얻기 어렵다.
최근 중소기업계는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작업환경 개선과 스마트 공장 구축, 그리고 청년친화 강소기업 등 정부인증 획득이 대표적이다. 중소기업중앙회도 하반기에 ‘지역 우수 중소기업 발굴 청년 서포터즈’ 사업을 추진해 지역의 청년 구직자와 기업 간 미스매치를 해소할 계획이다.
일자리의 90%는 중소기업에서 나온다. 이제 청년들은 중소기업을 편견 없이 바라보고 다가가는 노력을, 중소기업은 혁신을 통해 청년 인재들이 오고 싶어 하는 강소기업으로 탈바꿈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할 것이다. 청년들이여, 기회를 잡아라. 중소기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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