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경제부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2기 체제의 첫 부서장급 인사가 발표됐습니다. 한은은 20일 총 24명의 국·실장급 이동 인사를 냈습니다. 올 4월 이 총재가 연임에 성공한 뒤 처음으로 이뤄진 부서장급 인사라 한은 안팎의 관심이 높았습니다. 이 총재가 연임 일성으로 줄곧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던 터라 한은의 실질적인 손발이 돼 움직일 주요 보직 인사에 이목이 집중됐답니다.
이번 인사의 키워드는 ‘젊은 피’ 수혈과 발탁 인사로 요약된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한은은 내부 역량에 비해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조직 문화를 갖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이 때문인지 이번 인사는 역동적인 조직 문화와 생산성·효율성을 높인 인력 배치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후문입니다.
부서장으로 업무 능력이 탁월한 2급과 50대 직원을 전격 발탁한 것부터 눈에 띕니다. 한은 역사상 처음으로 본점 여성 국장도 탄생했습니다. 특히 부서장들에게 부서내 모든 직책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대대적인 권한 강화가 이뤄졌습니다.
한은 역사상 첫 본점 여성 국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 전태영 대구경북본부장은 이번 인사로 인사경영국장을 맡게 됐습니다. 전 국장은 금융결제국, 발권국, 금융안정국 등을 거쳐 2014년 6월 국고증권 실장까지 맡았습니다. 2016년 7월엔 한은 여성 간부로는 사상 두 번째로 1급으로 승진했고요.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대구경북본부장을 지내면서 지역 경력까지 쌓았습니다.
본부와 지역본부, 국외사무소 간 협력을 담당하는 지역협력실장에 윤상규 조사국 국제경제부장을, 총재의 정책수행을 보좌하는 정책보좌관에 홍경식 통화정책국 정책총괄팀장을 배치하는 등 2급 직원의 부서장 발탁도 대거 이뤄졌습니다. 목포본부장으로 발탁된 최낙균 금융안정국 금융안정연구부장, 신임 강원본부장이 된 서신구 강원본부 기획조사부장도 2급 직원으로서 부서장이 됐고요.
1960년대 후반 출생의 약진도 두드러졌습니다. 조사국, 금융안정국에서 관련 모형을 개발하며 실물 경제, 금융에 대한 전문지식을 두루 갖춘 박양수 광주전남본부장이 경제통계국장을 맡게 된 게 대표적입니다. 주요 20개국(G20),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여러 국제회의에 참석했던 김준한 조사국 부국장은 지난달 부총재보로 승진한 유상대 전 국제협력국장의 후임이 됐습니다.
한은 관계자는 “앞으로 부서장이 부서 내 부장 인사 뿐만 아니라 모든 직책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며 “이 총재가 연임 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변화와 혁신의 일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은은 이번 인사에 앞서 인사 경영 시스템을 바꿨습니다. 부총재가 이끄는 경영인사위원회의 인사권을 강화하고, 인사운영관 직책을 신설했습니다. 부총재가 인사 원칙과 기준을 정하고, 인사운영관은 실무를 담당하는 구조입니다. 연임 과정에서 총재의 막강한 인사 권한을 두고 내부적으로 불만이 표출됐던 만큼 인사 시스템 개편을 통해 ‘권한의 하부 위임’을 실천하자는 취지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이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고 신흥국 금융불안은 잦아들지 않는 등 통화정책 운영을 둘러싼 여건은 녹록지 않지만 과감한 인사 혁신과 조직 쇄신을 선택한 이 총재가 앞으로 한은을 어떻게 변모시킬 지 지켜봐야 겠습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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