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측 "충동 억제 못하는 이용자 문제…과학적 입증 필요"
"게임 산업 종사자들이 '질병 유발 물질 생산자'라는 오명을 쓰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중독을 정신 질환으로 판단하는 국제질병분류(ICD) 개정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게임업계는 WHO의 국제질병분류가 국가들이 보건의료 정책을 시행하는데 적극 사용된다는 이유로 개정을 경계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WHO는 게임 중독(장애)을 새로운 질병 항목으로 분류하는 국제질병분류 개정안을 내년 5월 총회에서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WHO가 정의하는 게임 중독은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해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게임을 지속하거나 확대하는 행위'를 말한다.
게임 중독을 바라보는 입장은 첨예하게 갈린다. 게임과 게임을 하는 행위 자체가 문제라는 주장과 이용자들의 충동조절 탓이라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해결 방식도 게임 행위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과 이용자들의 충동조절을 치료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뉜다.
게임 중독이 정신 질환이라 주장하는 이들은 "이용자들이 게임에 대한 통제 기능을 상실하는 배경에는 게임 콘텐츠 자체가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한다. 수 년간의 연구 결과와 자료 검토를 통해 게임의 유해성이 입증된 만큼 새로운 질병 항목으로 분류되는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할 경우 효과적인 치료방법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일어날 수 있어 게임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반대 측은 "게임 중독이 발생하는 원인은 게임이 아닌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이용자들에게 있다"고 반박한다. 또 게임 장애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임상 실험을 통한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과학적 증명이 없는 자의적 판단에 따른 일방적인 분류는 더 큰 피해를 야기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게임업계는 WHO가 4차 산업혁명의 한 축인 게임을 유해한 콘텐츠로 분류하고, 산업 종사자들을 질병 유발 물질 생산자로 낙인찍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자율적인 규제로 부정적인 영향이 사라져가는 상황에서 '게임 중독=정신 질환'으로 몰아가는 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도 WHO의 입장이 완고한 만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경우에 따라 WHO의 개정에 반대하는 이들이 국제기구에 제소하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 중독이 사회적 문제인 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문제의 원인을 게임 탓으로 돌려서는 안된다"며 "게임 과몰입 이용자들을 도울 수 있는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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