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창고 창업, 3년간 철저 준비
3~5달러짜리 종이컵 빙수 장사
트럭 부품·얼음 기계·컵 디자인·맛
일일이 특허·상표권 출원 '모방 차단'
10년만에 연 1억6500만달러 매출
모바일 위치 검색·예약 앱 내놔
우편번호 입력하면 근처 트럭 연결
트위터·인스타그램으로 주문 가능
"가맹점주 행복이 최우선"
소액 창업 퇴직자·부업 희망자 몰려
성실·의지 있어야 가맹점주로 합격
가맹비 외엔 매년 로열티만 받아
[ 이현일 기자 ]
미국에서 아이스크림 트럭 프랜차이즈 ‘코나아이스’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08년부터 모집을 시작한 가맹점(푸드트럭) 숫자는 10년 만에 1049대로 늘어났다. 지난해 미국 47개 주에서 총 1억6500만달러(약 18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곱게 간 얼음에 과일 등을 넣은 아이스크림을 종이컵에 담아 개당 3~5달러에 팔아 만들어 낸 숫자다.
코나아이스가 급성장한 이유는 특별하지 않다. 진공청소기 외판원 출신 최고경영자(CEO) 토니 램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을 발견해 철저하게 연구한 뒤 창업을 결심했다. 새로운 사업에 대한 연구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욕심을 버리고 가맹점수수료를 일정액만 받는 등 평범하지만 실천하기 쉽지 않은 자신만의 원칙을 지킨 덕분이다.
매출 1800억원의 빙수 트럭 체인
램은 미국 켄터키주 북부에서 마케팅 컨설턴트로 일하던 2004년 우연히 사업 아이템을 발견했다. 어린 딸과 집앞을 산책하는 데 흥겨운 음악이 들려와 가봤더니 아이스크림 트럭이 있었다. 램은 시퍼런 연기를 뿜는 1972년식 쉐보레 트럭으로 달려가는 딸을 보면서 문득 ‘트럭이 좀 더 근사하고 깨끗하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스크림 몇 개에 22달러를 받는 것을 보고는 ‘가격을 낮출 수 있다면 더 많은 사람이 아이스크림을 사 먹을 것’이란 생각도 했다.
램은 1년 넘게 시장 조사를 하고 아이스크림에 대해 공부해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뒤 2006년 본업인 마케팅 컨설턴트를 그만두고 코나아이스를 창업했다.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등을 고용해 지하창고에서 트럭과 아이스크림 메뉴를 개발했다. 이듬해 첫 코나아이스 트럭을 완성했지만 영업을 시작할 때까지는 3년이나 걸렸다. 유사품을 파는 사업자가 나타날 가능성에 대비해 트럭 부품과 얼음 기계, 컵 디자인뿐 아니라 여러 가지 아이스크림 맛에 대해 일일이 특허를 내고 상표권을 등록했다.
위생적이고 합리적인 가격의 아이스크림을 선보인 덕분에 코나아이스의 아이스크림 트럭은 작은 마을에서 시작한 지 10년 만에 미국 47개 주로 퍼져 나갔다. 공원이나 번화가에서 하와이안 셔츠를 입은 펭귄 마스코트 ‘코나’가 그려진 트럭을 쉽게 볼 수 있고, 많은 사회단체나 기업이 행사장에 코나아이스 트럭을 부른다.
끊임없는 연구개발
코나아이스가 계속 성장한 것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미국에서 건강식품 캠페인이 확산되면 곧바로 어린이들의 영양을 고려해 설탕을 줄이고 비타민을 첨가한 아이스크림을 내놓는 식이다.
모바일 시대의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소비자들이 홈페이지에서 코나 트럭의 위치를 찾거나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 게 대표적이다. 모바일 인터넷 시대에 맞춰 코나 앱(응용프로그램)도 선보였다. 우편번호만 입력하면 근처에 있는 코나아이스의 아이스크림 트럭을 보여주며 지역 가맹점주와 소비자가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자 성인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일도 본격화했다. 식품 연구원을 고용해 ‘라벤더 레모네이드’ ‘복숭아 샹그리아’ ‘블랙 베리 모히토’같이 어른이 좋아할 만한 메뉴를 개발했다. 어린이용 트럭이 밤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해 야간 행사용 아이스크림 트럭도 개발했다. 어두운 색상으로 차체를 꾸미고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달아 화려하게 보이도록 제작해 축제나 공연장에서 영업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업 행사와 회의에 출장 서비스를 나갈 수 있는 소형 차량도 개발했다. 골프 카트를 개조하거나 전동 손수레를 이용해 아이스크림을 만들 수 있는 ‘코나 미니’를 제작, 강당이나 사무실 등 실내에서도 영업할 수 있게 했다. 이 사업이 성공하면서 본사 수익 가운데 기업 행사 수익이 세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할 정도가 됐다.
가맹점, 지역사회와 상생 경영
미국에서 배스킨라빈스 매장을 열려면 40만달러(약 4억4000만원)가 있어야 한다. 반면 코나아이스 트럭은 12만~14만달러만 있으면 창업할 수 있어 퇴직자나 부업을 찾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그럼에도 램은 면접을 봐서 성실하고 의지가 있는 사람만 가맹점주로 받아들인다.
가맹점의 개별 매출은 매달 보고받지 않고 재고 파악 등 매장 관리에도 일일이 간섭하지 않는다. 이런 업무를 줄인 덕분에 본사 직원은 40명뿐이다. 대신 이렇게 절약한 비용은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램은 코나 트럭을 운영하는 가맹점주 이익을 중요하게 여긴다. 본사는 가맹점주로부터 초기 가맹비 1만5000달러 이외에 1년에 3000~4000달러의 로열티만 받는다. 매출이나 이익의 일정 부분을 가져가는 다른 프랜차이즈와 비교하면 파격적인 조건이다. 램은 언론 인터뷰에서 “(가맹점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늘리는 데 집중한 업체들이 우리보다 돈을 엄청나게 많이 벌지도 못한다”며 “가맹점주의 행복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한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사업 초기 생존을 위해 생각한 지역사회 상생 프로그램도 코나아이스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사업 시작 이듬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학교 행사에 트럭을 자주 불렀던 학부모·교사협의회 전화가 뚝 끊겼다. 램은 협의회를 찾아가 어린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팔아 얻는 수익의 20%를 협의회에 기부하겠다고 제안했다. 이 같은 제안이 효과를 내자 램은 지역 스포츠팀, 자선단체, 교회 등에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램은 “마케팅으로 시작한 기부가 이제는 기업 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며 “지금까지 프랜차이즈 체인이 지역사회에 4000만 달러 이상 기부했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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