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클라우드 인재가 없다"… 스타트업서 사교육 시키는 기업들

입력 2018-06-21 17:20   수정 2018-06-22 14:31

글로벌 인재포럼 2018 - 갈 길 먼 창의·융합교육
(3)·끝 구인난 겪는 산업현장

"사내 교육만으론 한계"
사물인터넷·머신러닝 등 핵심기술
낡은 대학 교육시스템으론 못배워

네이버·카카오 등 IT기업들
해외연구소 전문인력 끌어들이고
스탠퍼드·MIT 온라인 강의 수강

직무교육 강좌 개설한 벤처 등장
수백만원대 수강료에도 꽉 차



[ 이승우 기자 ] 네이버는 지난해 7월 세계 4대 인공지능(AI) 연구소로 꼽히는 프랑스의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XRCE·현 네이버랩스 유럽)을 1000억원 안팎에 인수했다. XRCE의 특허보다는 80여 명에 이르는 AI 전문 연구원을 영입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4월에는 홍콩과학기술대와 공동으로 홍콩에 AI 연구소를 세웠다. 홍콩과 중국 선전, 동남아시아 지역의 AI 인재를 끌어들이는 거점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국내 대학이 제대로 된 AI 연구인력을 길러내지 못해 해외에서 인재를 영입할 루트를 다양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라인은 블록체인 전문인력을 뽑기 위해 실무교육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패스트캠퍼스와 손을 잡았다. 패스트캠퍼스의 블록체인 관련 수업을 듣는 개발자 가운데 우수한 인력을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AI 기술 관련 전문가는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 따로 정원을 두지 않고 수시로 채용한다”고 설명했다.


‘준비된 인재’가 없다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등의 기술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기업 처지에선 이 같은 분야의 인재를 얼마나 확보하는지가 경쟁력의 척도인 셈이다. 하지만 기업이 ‘준비된 인재’를 찾기는 쉽지 않다. 대학에서 이 같은 신기술에 대한 실질적인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대학의 이공계열은 한국의 전통 제조업이 급성장하던 시기에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내던 시스템에 머물러 있다.

국내 대학의 AI 연구인력은 글로벌 대학뿐 아니라 중국 대학과 비교해도 턱없이 부족하다. 2016년 기준 AI 연구인력은 중국과학원이 1429명으로 가장 많았고 하얼빈공대(879명), 칭화대(692명)가 뒤를 이었다. 한국은 KAIST(178명)가 34위에 오르는 데 그쳤다. 컴퓨터공학부 졸업생 수도 한국은 정체 추세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와 스탠퍼드대의 컴퓨터공학과 졸업생은 7년간 3배가량 늘어 지난해 기준 각각 273명(스탠퍼드대), 269명(MIT)을 기록한 반면 서울대는 2011년 49명에서 지난해 68명으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이사회 이사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학은 사회문제 해결형 프로젝트 교육과 지식재산권 중심 산학협력 조직으로 재탄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필요한 인재 직접 키워 쓰는 기업들

기업들은 외부 교육업체를 이용하거나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꾸려 구인난에 대처하고 있다. 베스핀글로벌은 기업을 대상으로 클라우드 솔루션을 개발하고 운영까지 대행하는 스타트업이다. 2015년 창업해 지난해 170억원의 투자(시리즈A 단계)를 유치했는데 중국 레노버 산하 레전드캐피털과 미국 실리콘밸리의 알토스벤처스 등이 투자해 주목받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아바타 프로그램’을 만들어 클라우드 전문인력을 직접 키우고 있다. 6개월 동안 신입사원을 실무 경력 5년 이상인 선배와 짝을 지어 업무에 필요한 지식과 역량을 배우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클라우드 엔지니어 100여 명 가운데 20여 명이 이 프로그램으로 양성된 인력이다.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는 “클라우드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면서 현장에 투입할 전문 엔지니어가 더 많이 필요한데 국내 대학에선 이 같은 지식을 가르치는 곳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네이버, 카카오 등 인터넷 회사에선 개발자들이 스탠퍼드대, MIT 등의 강의를 온라인으로 들으며 독학하는 사례도 흔하다. 한 인터넷 회사 개발자는 “개발자는 최신 개발 트렌드를 알아야 하는데 국내에선 배울 수 있는 곳이 없다”며 “고육지책으로 외국 대학 강의를 듣지만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실무교육 산업도 급성장

대학에서 기술 교육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면서 직장인과 취업 준비생을 대상으로 현업에서 쓸 수 있는 실무교육을 가르치는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패스트캠퍼스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AI, 블록체인, 데이터 사이언스, 마케팅 등 8개 분야에서 실무 중심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수십만원대 단기 교육부터 1000만원이 넘는 교육까지 다양한 코스를 마련했다. 대다수 강의가 매진된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지난 18일 서울 강남역 인근 패스트캠퍼스 교육장에서 만난 한 수강생은 “새로운 사업을 위해 머신러닝 기술을 배울 필요가 있지만 사내 교육으로는 한계가 있어 회사에서 수강료를 지원받아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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