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사기 당하고 보이스피싱 심부름하다 ‘쇠고랑’…고용 한파에 두번 우는 취준생들

입력 2018-06-21 17:32   수정 2018-06-2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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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지위를 사칭해 돈을 주면 관공소나 대기업에 취직시켜 주겠다고 해놓고 돈만 받아 챙기는 ‘취업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고액을 준다는 유혹에 이끌려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했다가 ‘쇠고랑’을 차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다. 최악의 고용 한파로 절박하게 일자리를 찾는 사람이 늘면서 이들을 이용하는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21일 국토교통부 산하 보험진흥원 본부장을 사칭해 “내가 다니는 회사에 별정직 공무원으로 채용시켜 주겠다”며 6명으로부터 총 7900만원을 편취한 홍모씨(51)를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홍씨는 2016년 5월부터 지난 1월까지 국토부 이름이 새겨진 명함을 들고 다니면서 “취업을 하고 싶으면 윗선에 돈을 상납해야 한다”고 말하며 사기 행각을 벌였다. 홍씨는 돈을 건네받은 뒤 피해자들에게 국토부 장관 명의로 된 가짜 인사 발령 문서를 보내는 등 공문서를 위조한 혐의도 받는다.

지난달 30일 광주에서도 기아자동차 하청업체 직원 등 3명이 기아차 광주공장 정규직으로 취업시켜 줄 것처럼 39명을 속여 13억원을 가로채 광주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붙잡혔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기아차 고위 간부와의 친분을 과시하고 협력업체 견학까지 시켜주기도 했다. 피해자 중에는 평생 모은 전 재산 1억원을 한꺼번에 날린 사람도 있었다. 지난해 3월 취업사이트 인크루트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구직자의 46%가 ‘구직활동 중 취업 사기로 피해를 봤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했다가 형사처벌 대상으로 전락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날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인 알바천국에는 ‘보이스피싱 인출 심부름을 할 사람을 찾는다’는 게시글이 버젓이 올라와 있다. 지난 4월 부산에서는 아르바이트 명목으로 보이스피싱에 쓰이는 대포 카드 20여 장을 운반한 대학생 3명 등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인터넷에 올라온 고액 아르바이트 모집 글을 보고 액수에 끌려 일을 시작했다”고 진술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취업자 증가 폭은 전년 동기 대비 7만2000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1월 후 8년 만에 가장 적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월 30만~40만 명 선이던 취업자 증가 폭은 2월 10만4000명으로 떨어진 뒤 5월 처음 10만 명 밑으로 하락했다.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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