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재길 기자 ]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지난 15일 긴급 간담회를 열어 “월성1호기 원자력발전소를 조기 폐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6000억원 가까운 돈이 투입된 월성1호기는 최소 2022년까지 가동될 예정이었다. 정 사장은 조기 폐쇄 배경으로 “원전의 경제성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누적 손실 가능성에 대해 자문까지 구한 결과”라고 소개했다. 월성1호기를 돌릴수록 손실이 커지는 구조여서 빨리 문을 닫는 것 외에 방법이 없었다는 얘기다.
정 사장은 그러나 외부 회계법인이 작성했다는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 보고서’는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중요한 영업 기밀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한수원 이사회에 참석해 홀로 반대표를 던진 조성진 사외이사(경성대 에너지학과 교수)도 회의 당시 보고서 공개를 요구했지만 똑같은 대답을 들어야 했다. 경영 판단에 대한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사외이사의 자료 열람 요구에도 응하지 않은 것이다.
원자력업계에선 경제성 분석에 애초부터 하자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우선 한수원은 2015년부터 3년간의 원전 이용률을 근거로 경제성을 분석했다는 점에 대해선 시인했다. 이 시기는 ‘예방점검’을 이유로 월성1호기를 절반가량 세워 놓은 기간이다. “고령 원전을 일단 멈춰 놓은 뒤 경제성이 떨어져 폐쇄한다는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한수원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월성1호기는 1983년 상업 운전을 시작한 이후 연평균 78.3%의 이용률을 기록했다. 비정상적으로 낮았던 작년(40.6%)을 합해도 최근 3년 이용률이 57.5%에 달했다. 한수원이 손익분기점으로 제시한 54.4%를 웃도는 수치다.
탈(脫)원전을 둘러싼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정부는 지난해 신고리 원전 공론화를 계기로 논란이 정리됐다고 믿고 싶겠지만 국민 상당수는 여전히 원전 폐쇄에 선뜻 동의하지 않는다. 전국 에너지 관련 교수 217명은 지난 19일 공동 성명에서 “정말 경제성 때문에 월성1호기를 조기 폐쇄했느냐”는 공개 질문을 던졌다. 이제 한수원이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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