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감축 현실화에도 "대란 없다"는 국토부

입력 2018-06-21 18:19  

근로시간 단축 여파로 강원·경북·충청 등 잇단 운행 축소

22일 시·도 부단체장과 회의

국토부 "대규모 노선 감축과
임금 감소 발생하지 않을 것"

강릉·안동·충주 등 노선 감축
운행시간도 줄여 출퇴근 대란 우려

지방은 운전기사 모집 '별따기'
대부분 근무 좋은 수도권 몰려
임금 감소로 '노사갈등' 조짐도



[ 강태우/서기열 기자 ] 다음달 시행되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강원 경북 충청 등 지방을 중심으로 노선버스 운행이 잇따라 축소되는 등 버스 운행을 둘러싼 혼란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국토교통부가 “대란은 없을 것”이라는 안이한 현실 인식으로 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연말까지 종합대책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버스회사의 고질적인 재정난과 인력 부족 등을 감안하면 대규모 예산 투입이나 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국토부는 22일 서울 방배동 전국버스운송조합연합회에서 김현미 장관 주재로 전국 17개 시·도 부단체장 회의를 연다고 21일 발표했다. 김 장관은 이날 “당장 7월에 일각에서 우려하는 대규모 노선 감축 및 임금 감소 등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방자치단체는 근로시간 단축의 연착륙을 위해 현장 관리에 적극 임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 올해 7월부터 버스기사의 근무시간이 주 68시간으로 줄어들고 1년 후에는 52시간으로 재차 감소한다. 국토부는 이달 초 각 지자체에 △노선버스의 현재 운송 수준 유지 △버스 운수종사자의 신규 채용 강화 등의 지침을 전달했다.

이 같은 정부 기대와는 달리 현장에서는 만만찮은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강원 강릉에서 가장 많은 시내버스 노선을 운영하고 있는 동진버스는 내달부터 54개 노선에서 운행 횟수를 줄이기로 했다. 9개 노선은 단축하고 16개 노선은 폐지를 검토 중이다. 버스 운행 시간도 기존 오전 5시30분~오후 11시30분(18시간)에서 오전 8시~오후 7시(11시간)로 변경해 출퇴근 대란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경북 안동시도 시내버스 업체 3곳과 협의해 19개 노선을 조정하고 일부 지선의 버스 운행 횟수를 줄일 방침이다. 안동대에서 임하댐 방향으로 하루 네 차례 다니던 11번 버스는 운행을 중지한다. 충북 충주시도 시내버스 운행을 현재 99개 노선, 555회에서 다음달부터 96개 노선, 499회로 10% 정도 감축할 계획이다.

사정이 이렇게 된 것은 버스회사들이 늘어나는 교대인력만큼 새로 충원해야 하지만 지원자를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기 때문이다. 충북버스조합 관계자는 “전국 버스회사들이 동시 채용에 나서면서 지방에서는 기사 확보가 더 어려워졌다”며 “취업 희망자가 근무 여건이 좋고 급여가 높은 광역시와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주 68시간 탄력근로제 도입을 위해선 전국적으로 운전기사 8854명이 추가로 필요하다. 하지만 올 2월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추가 확보된 기사는 전국적으로 1000명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로 노사 갈등도 번지는 모양새다. 경북에서는 버스 노사 임금협상이 결렬돼 파업 위기가 고조되고 있으며 전남에서는 4개 지역 시내버스 노조가 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정부는 연말까지 종합대책을 마련한다는 구상이지만 이 과정에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 교통 전문가는 “전국적으로 준공영제를 확대 시행하거나 요금을 대폭 올리지 않는 한 안전사고 위험을 높이지 않으면서 현 운행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청주=강태우/서기열 기자 kt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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