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자성·통합 우선돼야"
[ 박동휘 기자 ] “친박(친박근혜) 망령의 부활이다.” “홍준표 시즌2를 만들려고 하나.”
자유한국당의 계파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2020년에 치러질 21대 총선용 공천권을 쥐기 위한 사투다. 보수 원로 등 당내 일각에선 ‘선당후사’(先黨後私)가 절실한 시점이라며 권력 투쟁에 앞서 당의 통합이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진태 의원은 22일 “가만있는 내 목을 친다고 한 사람이 누구인가”라며 입장문을 냈다. 김 의원은 한국당 계파 갈등을 촉발한 ‘박성중 메모’에 적힌 인물이다. 김 의원은 “애꿎은 초선 박성중 의원에게 책임을 미루지 말라”며 “탈당파 모임에서 누가 내 목을 친다고 한 것인지 밝히고, 김성태 원내대표(당대표 권한대행)는 쿨하게 사퇴하라”고 비난했다.
친박으로 분류된 한 의원은 “있지도 않은 친박을 있다고 우기며 비박계(탈당파)가 당권을 장악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전날 5시간 넘게 진행된 의원총회에서도 이들은 비박계 좌장인 김무성 의원의 탈당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친박계의 한 재선 의원은 “김 대행은 안 된다는 게 초·재선 의원들의 의견”이라며 “독선적 리더십의 김성태는 ‘홍준표 시즌2’에 불과하다”고 했다.
김 대행 등 비박계로 분류되는 당내 주류 인사들은 친박계의 집단 반발에 정면돌파로 맞설 태세다. 주말이나 다음주 초까지 혁신비상대책위원회 구성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중앙당 해체 등 김 대행이 내놓은 혁신안을 밀고 나가겠다는 의미다.
계파 간 이전투구가 갈수록 심해지면서 ‘제3의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당 상임고문인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국당의 비대위원장으로 자신이 거론되고 있는 데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그는 “한국당 의원들이 자성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국당의 한 중진 의원은 “현시점에선 당의 통합이 최우선”이라며 “전당대회 불출마를 전제로 현역 의원 중에서 당대표를 세우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국당 당헌당규상으로도 당대표의 임기가 6개월 이상 남은 시점에서 공석이 되면 후임 당대표 선거는 보궐 형식으로 치러져야 한다. 새로 선출되는 당대표의 임기는 내년 7월로, 2020년 총선 공천권이 없게 된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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