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감 느낄 때마다 당명·로고 변경으로 분위기 쇄신 꾀해
중요한 건 이름보다 국민 마음 헤아릴 줄 아는 능력 보여야…
6·13지방 선거에서 참패를 당하며 국민 앞에 무릎을 꿇은 자유한국당이 보수 재도약을 위해 중앙당 해체를 선언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권한대행은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당은 오늘부로 중앙당 해체를 선언한다. 지금부터 중앙당 해체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새 이념과 가치가 담긴 새 이름의 당을 만들 것"이라고 말하면서 정치권과 온라인을 중심으로 또 당의 이름을 바꾸는 것이냐는 지적이 나왔다. 일부 네티즌은 반성없는 당명 교체는 쇼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일각에서는 "자유한국당의 이름을 안고 가는 것이 더 좋지 않다"고 당명 변경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보수 정당이 위기를 겪을 때마다 꺼냈던 당명 변경 카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살펴보자.
▲'전두환 정권의 시작과 함께' 민주정의당 (1982년 1월~1990년 2월)
민주정의당(민정당)부터 살펴보자. 우리나라에서 보수 이념을 표방해온 무리는 전두환 정권의 시작과 함께 민주정의당이라는 간판을 들고 나왔다. 신군부가 구 정치인들의 정치활동을 막고 새로운 여당인 민주정의당을 만들면서 전 전 대통령이 이 당의 초대 총재가 됐다. 민정당의 로고는 파란 바탕에, 빨간색 사각형의 꼭지점이 특징으로 당이 추구하는 5대 이념을 형상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사에 남을 3당 합당' 민주자유당 (1990년 2월~1995년 12월)
이후 민정당은 1988년 여소야대 국면이 타개하고자 3당 합당을 추진해 인위적인 정계 개편을 추진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이끌던 민정당, 김영삼 총재가 이끌던 통일민주당, 김종필 총재가 이끌던 신민주공화당이 뭉쳐 탄생한 민주자유당(민자당)은 거대 보수여당이 됐고 이에 반대했던 통일민주당내 소수파가 민주당으로 떨어져 나왔다. 민자당의 로고에는 파란색이 사용됐으며 파란색은 이후 보수 정당의 상징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보수의 정통성을 잇는다' 신한국당 (1995년 12월~1997년 11월)
민자당은 1995년 지방선거 참패와 함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구속을 당하면서 쇄신을 위해 당명을 신한국당으로 교체했다. 신한국당은 전에 비해 짙어진 파란색을 로고로 사용하며 보수 정당의 정통성을 이어갔다. 이 로고는 태극 문양을 형상화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로고 이외에도 일벌, 황소, 진돗개도 로고로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신한국당이 로고를 변경해가면서 마련한 쇄신 분위기도 그리 오래 가지는 못했다. 제 15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열린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이회창을 중심하는 주류와 반(反)이회창의 비주류가 대립해 내분이 심했던 것이다.
▲'뜻은 참 좋았는데…' 한나라당 (1997년 11월~2012년 2월)
1997년 11월 21일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조순 후보의 단일화가 이뤄지면서 이 때 두 정당이 합당해 한나라당이 출범했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 관계자는 당명의 뜻에 대해 '한'에는 '크다', '하나', '한민족'등의 다양한 뜻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한나라당의 초기 로고에는 파란색과 흰색이 그대로 쓰이면서 역시 보수 정당의 정통성을 드러냈다.
이후 한나라당은 잠시 여당 역할을 하면서 영향력을 넓히는 듯 했지만 이회창이 대선에서 패배를 해 다시 야당으로 전락했다. 이후 2004년에는 이회장의 대선자금과 관련해 '차떼기당'이라는 오명과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총선에서도 패배했고 한나라당은 다시 한 번 로고를 변경해 이미지 쇄신을 시도했다.
▲'박근혜로 시작해 박근혜로 끝나다' 새누리당 (2012년 2월~2017년 2월)
무려 15년동안 보수 정당의 이름으로 사용된 '한나라당'은 2012년 새누리당이라는 이름으로 새출발했다. 2011년 말 홍준표 대표 체제 때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에 한나라당 연루설이 제기됐고 2008년 전당대회 때 당시 대표로 선출된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돈봉투를 뿌렸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지지율이 급락한 것이 발단이었다.
당시 홍 대표 퇴진 이후 박근혜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하는 새로운 체제가 출범했으며 박 비대위원장은 2012년 초 당명과 로고를 모두 바꾸는 강수를 뒀다. 보수의 상징과도 같았던 파란색을 과감히 버리고 빨간색을 선택해 모두를 놀라게 했으며 국민의 뜻을 잘 새겨 듣겠다는 의미로 귀를 형상화한 로고를 발표했다. 이때문이었을까. 새누리당은 같은 해 총선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박 비대위원장은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위기감 느낀 보수 정당의 새이름' 자유한국당 (2017년 2월~2018년 6월)
하지만 새누리당은 2016년 말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를 맞아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지난해 2월 자유한국당이라는 이름으로 새출발을 알렸다. 새롭게 선보인 로고에 대해서는 "보수의 핵심가치인 자유와 세상을 밝게 비추는 횃불을 상징한다"고 뜻을 부여했지만 로고 안의 빨간색 횃불 모양을 두고 조선중앙방송 로고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자유한국당의 약칭이었던 '한국당'에 대해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다. 당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어떻게 나라의 국호를 특정 정당의 약칭으로 쓸 수 있나, 최순실 게이트를 감추기 위해 국호를 동원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온당하지 않다. '자유당'이라고 부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자유한국당이 '한국당'을 약칭으로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으면서 자유한국당의 약칭은 '한국당'이 됐다.
▲당명과 로고보다 중요한 것은?
다시 자유한국당의 김 권한대행 이야기를 해본다면 그는 "우리가 처절한 변화를 추구하지 못한다면 국민은 다음에 완전히 해체할 것"이라고 말하며 보수 정당의 위기감을 드러냈다.
그는 국내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대수술을 받기 전에는 수술을 거부하는 환자도 생길 것이고 이런저런 구실을 대거나 의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불신하는 환자도 생기는 법"이라며 "모두가 앞으로 엄청난 대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권한대행의 위기감은 벌써부터 자유한국당 내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여전히 친이계와 친박계를 중심으로 한 계파 싸움 조짐이 보이는 등 출발부터 삐걱이는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
김 권한대행이 홍준표 전 대표 사퇴 이후 보수 정당의 기틀을 다져야 할 상황에 놓인 가운데 그가 어떤 당명과 로고를 들고 나올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물론 새로운 당명과 로고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합리적이고 따뜻한 정치를 보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이 전제되지 않는 당명과 로고의 교체는 무의미하다는 것을 지난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사진 / 인터넷 커뮤니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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