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 후속 협상 결과 따라
한국 단독 훈련 '을지연습'
韓·美 '비질런트 에이스' 등도
추가로 중단할 가능성
"北의 신속한 비핵화 견인 위한 韓·美 양국 선제적 조치" 분석
[ 김채연 기자 ] 한·미 군당국이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 후속 협상을 앞두고 올 하반기 한반도에서 벌일 예정이었던 공동군사훈련을 줄줄이 연기하고 있다. 오는 8월로 예정됐던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과 한국군 단독 지휘소훈련(CPX) ‘태극연습’을 일시 중단키로 한 데 이어 한·미 해병대연합훈련(KMEP·사진)을 추가로 유예하기로 했다. 북한의 신속한 비핵화 조치 이행을 견인하기 위한 한·미 양국의 선제적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방부는 지난 23일 “한·미는 긴밀한 협의 아래 향후 3개월 이내 실시할 예정이었던 2개의 KMEP를 무기한 유예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미·북 정상회담과 남북 정상회담 후속 조치”라며 “북한이 선의에 따라 생산적인 협의를 지속한다면 추가 조치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데이나 화이트 미 국방부 대변인도 22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성과 이행을 지원하기 위해 동맹인 한국과의 협조 아래 UFG와 다음달부터 석 달간 할 계획이던 두 개의 KMEP를 중단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KMEP는 매년 정기적으로 한·미 해병대가 시행하는 연합훈련이다. 일본 오키나와에 주둔하고 있는 미 해병대가 백령도나 포항에서 우리 해병대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이다. 북한은 한·미 해병대 훈련을 위협적으로 여겨 왔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 평가다. 올해 계획된 KMEP는 총 19회로, 이미 11회가 진행됐다. 남은 여덟 번의 훈련 중 9월까지 예정된 두 건의 훈련이 무기 연기 대상이다. 다음달 포항에서 진행할 예정이던 중대급 전술 훈련부터 미뤄졌다.
KMEP 일시 중단 발표는 조만간 성사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방북을 앞두고 이뤄졌다. 폼페이오 장관이 “싱가포르에서 만들어진 공동 합의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너무 늦기 전에 북한에 가야 할 것 같다”고 했지만 북한은 후속 협상과 관련해 협상 카운터파트에 대한 답을 주지 않는 등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연쇄적인 한·미 훈련 중단 결정은 북한을 신속하게 비핵화로 유인하기 위한 조치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미 군사당국이 미·북 간 후속 협상 성과에 따라 훈련을 추가 중단할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UFG 중 한국 정부 자체 군사 지원 훈련인 ‘을지연습’이 연기될 수 있다. 미·북 간 대화 국면이 이어지면 나머지 해병대 연합훈련과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 ‘쌍매훈련(Buddy Wing)’ ‘퍼시픽선더(Pacific Thunder)’ 등도 실행되지 않을 수 있다. 대화가 내년까지 이어지면 상반기 훈련인 ‘키리졸브(KR)’ 등이 중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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