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참여 가능하고 장소 제약 없어
'잼라이브' 넉달새 하루 8만명 동시 접속
[ 임현우 기자 ]
한때 TV에서 큰 인기를 누린 ‘생방송 퀴즈쇼’가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왔다. 올 들어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잇따라 선보인 퀴즈 대결 앱(응용프로그램)의 돌풍이 심상치 않다.
퀴즈쇼 앱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여러 사람이 접속해 10개 안팎의 문제를 푸는 방식이다. 생방송으로 진행자가 낸 문제를 모두 맞힌 사람들끼리 우승상금을 나눠 갖는다. 초창기 100만원으로 시작한 상금은 이제는 기본이 200만원, 많게는 5000만원으로 치솟았다.
◆부담 없이 즐기는 ‘10분 퀴즈쇼’
가장 많은 사용자가 몰리는 곳은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가 올 2월 출시한 ‘잼라이브’다. 특별히 대대적인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넉 달 만에 하루 평균 동시접속자가 8만 명 선까지 늘었다. 네이버 관계자는 “사용자 수가 매달 평균 2만 명꼴로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잠금화면 앱 ‘캐시슬라이드’를 운영하는 NBT도 같은 달 ‘더 퀴즈 라이브’라는 퀴즈쇼 앱을 내놨다. 더 퀴즈 라이브의 접속자는 지난 2월 첫 방송 때 2000명에 그쳤으나 3월에는 2만 명으로 뛰었다.
NHN엔터테인먼트도 4월 ‘페이큐’를 출시했다. 처음에는 평일 낮에만 방송하다가 이달 들어 야간 방송을 추가 편성하고, 인기 개그맨들을 고정 진행자로 영입했다. 이들 외에 ‘와글퀴즈’ ‘렛츠 퀴즈’ ‘스텝’ ‘라이브팝’ ‘몬스터 퀴즈쇼’ 같은 후발주자들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들 퀴즈쇼는 20~30대 직장인과 학생이 가장 많이 참여하기 때문에 주로 점심시간 전후나 퇴근 이후 저녁시간대에 방송한다.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고, 10분 남짓만 투자하면 상금을 노릴 수 있다는 게 매력으로 꼽힌다. 문제를 보여준 뒤 답을 고를 시간을 단 몇 초밖에 주지 않아 지루할 틈이 없다. 또 유명 연예인 MC의 능수능란한 입담은 묘한 ‘경쟁심리’를 자극한다. 정답을 맞히면 짜릿한 맛이 있고, 도중에 탈락하더라도 시청자로서 즐길 수 있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페리스코프, 페이스북 라이브 등 기존의 실시간 스트리밍 동영상 서비스는 방영자 관점의 콘텐츠인 반면 퀴즈쇼는 이용자의 적극적인 참여로 만들어가는 양방향 콘텐츠라는 점이 인기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美서 성공 이후 세계로 확산
퀴즈쇼 앱의 인기는 미국과 중국에서 먼저 시작됐다. 미국에서 지난해 8월 나온 ‘HQ트리비아’는 동시접속자가 200만 명을 넘었는데, 상금을 5만달러로 높이는 등 통 큰 마케팅을 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충딩다후이(衝頂大會), 시과스핀(西瓜視頻), 잉커(映客) 등 인터넷방송 업체들이 HQ트리비아를 본뜬 퀴즈쇼를 대거 선보였다. 화자오(花椒)가 작년 말 출시한 ‘백만의 위너’는 매일 400만 명 안팎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짜 퀴즈쇼로 업체들은 어떻게 수익을 낸다는 것일까. 답은 기업 광고에 있다. 예를 들어 문제 중간에 ‘다음 중 이마트 매장이 없는 지역은?’ ‘에뛰드 OOO 립스틱 23호의 색깔은?’ 같은 문항을 집어넣어 브랜드를 홍보하는 식이다. 퀴즈쇼 앱의 원조인 HQ트리비아도 나이키, 워너브러더스 등과 제휴한 바 있다.
유석구 NBT 이사는 “기업과 연계한 퀴즈쇼는 제휴사 특색에 따라 다양한 접근이 가능하고, 광고에 대한 참가자들의 거부감도 낮아 새로운 마케팅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잼라이브가 지난달 20일 코카콜라의 후원을 받아 방송한 특별편에는 역대 최대 기록인 21만 명의 동시접속자가 몰렸다. 이 방송은 “코카콜라 앱에 퀴즈 힌트가 있다”고 홍보하며 앱 내려받기를 자연스럽게 유도하기도 했다.
더 퀴즈 라이브는 이달 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손잡고 ‘6·13 지방선거 퀴즈쇼’를 진행했다. 업계에서는 사용자가 더 늘어나면 보다 다양한 수익모델이 시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탈락 면제권’이나 ‘추가 힌트’ 아이템을 판매하고, 프리미엄 회원 전용 게임을 추가하는 등 부분 유료화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스마트 TV·AI 스피커로 확장하나
김 연구원은 “퀴즈쇼가 모바일을 벗어나 스마트 TV나 인공지능(AI) 스피커 등 다른 단말을 통해서도 제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퀴즈쇼 앱에 참여해 얻을 수 있는 상금은 말 그대로 복불복이다. 한 명이 900만원을 가져간 사례가 있는가 하면 우승자가 무더기로 나와 1인당 몇 백원밖에 못 받은 때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랭키닷컴의 한광택 대표는 “꼭 상금에만 목적을 두지 않아도 흥미를 갖고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라는 것이 퀴즈쇼의 장점”이라고 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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