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등 中업체 급부상… 삼성 "휴대폰사업 이익 20~30% 격감"

입력 2018-06-25 17:24  

삼성전자 실적 둔화 '경보'

하반기 실적 더 나빠질 듯…시장 장밋빛 전망 '무색'

갤S9 조기출시 '승부수' 던졌지만 판매 부진
"하반기 호실적" 예상 3개월 만에 뒤집혀
질주하던 반도체도 현상 유지에 그칠 전망



[ 좌동욱 기자 ]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소속 임원들은 2분기(4~6월) 잠정 실적 발표(7월6일)를 앞두고 쏟아지는 증권사 리포트를 볼 때마다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간다”고 한다. 회사 내부의 실적 전망과 ‘딴판’이어서다. 대부분 국내 증권사는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다시 갈아치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도 비슷하다. 최근 한 달간 삼성전자 실적 전망을 조정한 외국계 증권사 세 곳 중 두 곳이 ‘실적 눈높이’를 높여 잡았다.

실적 얼마나 나빠지길래…

요즘 삼성전자 분위기는 증권사들의 ‘장밋빛 전망’과는 정반대다. 연초까지만 해도 회사 내부에선 “휴대폰과 TV 등 세트(완제품) 사업이 위기”라고 했다. 최근 들어선 “반도체·부품(DS) 사업도 자신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돈다. 삼성전자 재무 라인은 벌써부터 하반기 실적이 상반기보다 둔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올 하반기 실적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 사업을 중심으로 상반기보다 개선될 것”이라고 했던 예상이 3개월 만에 뒤집어졌다.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반도체 경기와 환율 변수 등이 남아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올해 영업이익이 지난해 수준(53조6500억원)을 밑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29조원 안팎, 하반기는 24조원 수준에 그칠지 모른다는 것이다. 국내 증권사들의 올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은 지난해보다 22.6% 높은 65조7600억원에 이른다.

휴대폰 사업부 ‘직격탄’

삼성전자 실적이 나빠지는 핵심 원인은 휴대폰 사업이 속한 정보기술·모바일(IM) 부문 부진에 있다. 프리미엄 시장에선 미국 애플(아이폰)에 밀리고 중저가 시장에서는 수년 전까지 한 수 아래로 여겼던 화웨이, 오포, 비보 등 중국 후발업체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IM사업부는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갤럭시S9 시리즈를 예년보다 한 달여 앞당긴 지난 3월 조기 출시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성적표는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업계에서는 “갤럭시S9 시리즈의 올 판매량이 3500만 대로 역대 갤럭시 시리즈 중 최저 수준에 그칠 것”(한승훈 도이체방크 리서치센터장)이라고 예상했다. 삼성 내부적으로는 올해 IM사업부의 영업이익이 지난해(11조8300억원)보다 20~30%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2년 전 갤럭시노트7 ‘배터리 발화’ 사건의 악몽에도 불구하고 갤럭시노트9을 오는 8월 조기 출시하려는 것도 이런 위기감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반도체도 ‘현상 유지’ 그칠 듯

스마트폰 사업 부진은 핵심 캐시카우인 반도체·부품(DS) 부문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마트폰의 혁신 기술이 줄어들면서 최신 스마트폰을 찾는 수요가 감소하며 휴대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있어서다. 애플 등 스마트폰 업체에 삼성전자가 공급하는 D램, 낸드플래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의 판매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삼성전자 내부에선 올 하반기 DS 부문 실적이 상반기와 비슷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외 증권사들이 예상하는 올 하반기 DS 부문 분기실적(3, 4분기 각각 12조~13조원)보다 1조~2조원씩 낮은 수준이다. 다만 삼성전자 DS부문 수익의 절반을 차지하는 D램은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4분기 메모리 반도체 경기와 환율이 올해 실적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나친 ‘반도체 쏠림’ 현상 우려

TV와 생활가전 사업이 속한 소비자가전(CE) 부문은 초대형 TV 전략과 러시아월드컵 특수 등에 힘입어 올해 유일하게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사업부다. 하지만 CE 부문의 연간 영업이익은 1조~2조원 수준으로 회사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

회사 내부에선 최근 실적 악화 추세를 예사롭게 넘겨선 안 된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변화라는 점에서다. 과거 △반도체 △휴대폰 △TV △디스플레이 등으로 다각화돼 있던 삼성전자 수익 구조가 최근 반도체 일변도로 급속하게 재편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전체 영업이익에서 DS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18.8%에서 올 연말 8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IM사업부의 영업이익 비중은 68%에서 10%대로 뚝 떨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반도체 사업 의존도를 줄여야 하지만 당장 반도체를 대체할 성장동력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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