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석 가리기, '블랙리뷰어'는 전자 제품 전문 리뷰입니다. 소비자 관점을 장착한 한국경제·한경닷컴 기자들이 직접 제품을 체험하고 솔직하게 평가합니다. 제 돈내고 사려는 제품의 제 값을 매기는 게 목표입니다. 전자 관련 소비재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담지만, 때에 따라 전혀 다른 제품에도 접근합니다.- 편집자 주>
★전지적 소비자 시점: 10만 화소 카메라, 사실상 청소년들의 ‘장난감’에 가깝다…사진 인화가 목적이라면 코닥 독을 추천!
‘삶의 순간을 기억하라.’
누군가에게는 ‘코닥 모먼트’를 상징하는 이 광고 카피로, 누군가에게는 노란 필름 패키지로 기억되는 코닥이 ‘포토 프린터’로 다시 돌아왔다. 빼곡히 모아둔 필름통에 촬영 날짜를 적어두던 추억을 갖고 있는 1980년대생 기자가 코닥 미니샷(mini shot)과 코닥 독(dock) 제품을 사용해 봤다. 미니샷은 포토 프린터와 즉석 카메라를 결합한 제품이고, 코닥 독은 포토 프린터 기능에 충실한 제품이다.
① 코닥이 포토 프린터를 만든 이유는
처음 들었던 궁금증. 필름 및 카메라 사업부를 매각한 코닥이 포토 프린터를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을 말하자면 이 제품은 국내 중소기업 프리닉스가 기술을 개발하고 만든 제품에 코닥의 라이선스를 적용한 것이다. 삼성전자 프린터사업부 출신들이 차린 회사인 프리닉스는 염료승화방식인 4패스(PASS) 기술로 다양한 포토 프린터를 개발하고 있다. 카트리지를 슬라이드 방식으로 손쉽게 교체하는 기술로 특허를 받았고, 2016년 자사 포토 프린터를 CES에서 전시하기도 했다. 제품을 유통하는 오진상사 관계자는 “국내 중소기업이 제조했기 때문에 중국산, 인도산 제품에 비해 품질이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② 폴라로이드와 무엇이 다를까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처음 찍었을 때는 하얗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색이 나타난다. 사진이 완성되기 전에 사진을 만지는 것은 금물. 반면 코닥 미니샷은 인화 후 사진을 바로 만져도 괜찮다. 이유는 인화 방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포토프린터의 사진 인화 방식은 크게 징크(ZINK) 방식과 염료 승화 방식으로 나뉜다. 징크는 ‘제로 잉크’의 약자다. 말 그대로 잉크가 필요 없다는 뜻이다. 3색의 염료 결정체가 입혀진 전용 용지에 열을 가해 색상을 활성화시키는 방식이다. 영수증 종이가 잉크 없이도 글자를 표현하는 것과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면 된다.
염료 승화 방식은 고체 잉크에 순간적으로 열을 가해 기체 상태의 잉크를 입히는 방식이다. 표현할 수 있는 색상의 범위가 넓은 것이 장점이다. 폴라로이드 제품은 징크 방식을, 코닥 제품은 염료승화 방식을 사용한다. 폴라로이드는 선명함이 떨어지는 대신 아날로그 감성을 담고 있고, 코닥 미니샷은 선명한 색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③ 카메라 화질 수준은 어떨까
코닥 미니샷은 포토프린터와 즉석 카메라를 결합한 제품이다. 어린 시절 수학여행지에서 샀던 코닥 즉석 카메라를 기억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 기능은 다른 포토 프린터와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별화 지점이었다. 당시에는 필름이 줄어드는 게 아까워 아주 소중한 순간만을 기록하기 위해 애썼다면, 이제는 자유롭게 사진을 찍은 후 원하는 사진만 골라 인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화질이었다. 내장된 카메라가 10만 화소에 불과하다. 손 떨림 방지 기능이 없는데다 화소가 낮아 어두운 실내에서 찍은 사진은 대부분 흔들렸다. 다행히 LCD 화면을 통해 사진 상태를 확인한 후 인쇄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 아까운 인화지를 낭비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카메라 화소가 지나치게 낮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대신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 기존에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인화할 때는 꽤나 선명한 화질을 구현했다. 카메라와 포토 프린터 기능을 결합한 LG포켓포토 스냅은 500만 화소 카메라를 내장하고 있다. 코닥 미니샷은 10만 화소 카메라를 채택한 대신 가격이 12만9000원으로 저렴하다. LG포켓포토 스냅은 24만9000원이다.
④ 작은 기기에서 어떻게 사진이 인화될까
앞서 언급했듯 염료승화 방식을 쓰는 코닥 미니샷은 인화지가 기기에서 4번 왔다 갔다 하면서 사진을 출력하는 ‘4PASS’ 기술이 적용됐다. 청록(Cyan), 자홍(Magenta), 노랑(Yellow) 색상 염료가 발라진 셀로판지를 가열해 기화된 염료가 용지에 감열되는 과정을 차례대로 거친다. 마지막 코팅 작업까지 포함해 인화지는 총 4번 기기를 왕복한다. 이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진이 인화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자니 필름 카메라를 쓰던 아날로그 시대의 추억이 디지털 기기를 통해 되살아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4PASS 기술을 개발한 국내 중소기업의 기술력은 물론 인화된 사진의 질도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감성’만을 위해 제품을 구매하기엔 내장된 카메라 기능이 너무 떨어졌다. 차라리 함께 사용해본 코닥 독의 만족도가 훨씬 높았다. 똑같은 기술력을 적용한 제품이지만 이 제품에는 카메라가 달려있지 않다. 대신 포토 프린터 본연의 기능에 집중했다. 미니샷은 명함 크기인 2.1X3.4인치로 사진을 인화하고, 코닥 독은 4X6인치 크기로 사진을 인화한다. 가격은 14만9000원으로 코닥 미니샷과 비교해 2만원 더 비싸다. 사진 해상도는 코닥 독이 300dpi로 코닥 미니(291dpi)보다 약간 더 좋다.
코닥 미니샷이 청소년들의 ‘장난감’에 가깝다면 코닥 독은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서, 혹은 손자 손녀 사진을 인화해 보고 싶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쓸 만한 ‘실용품’으로 느껴졌다. 인화지 가격은 장당 1000원 꼴로, 사진을 인화해 배송해주는 서비스와 비교하면 매우 비싼 편이다. 비싼만큼 사진을 ‘선별해’ 인화하게 된다. 옛날 필름 카메라를 쓸 때 셔터 한 번을 누르는 데 엄청난 공을 들였던 것처럼 말이다. 스마트폰에 잠들어 있는 사진을 인화하며 다 함께 추억에 잠기고 싶을 때, 혹은 유치원에서 “가족사진을 한 장씩 가져오라”는 숙제를 내 줬을 때 유용하게 활용할 만한 제품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영상=신세원 한경닷컴 기자 tpdnjs022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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