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의 선택은 학자 대신 관료였다… DJ 시절 경제수석 교체 '데자부'

입력 2018-06-26 12:56   수정 2018-07-23 16:54

윤종원 신임경제수석, 경험·실무 두루 갖췄다는 평가
문재인 정부 실세들과 경제철학 조화 이룰 수 있을지 관심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을 전격 경질하면서 소득주도성장의 경제정책 기조가 바뀌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번 인사가 지난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의 1기 경제수석 교체를 연상케 하고 있다.

행정경험이 전무한 진보적 경제학자를 등용했다가 경제적 성과를 내지 못하자 결국 낙마시킨뒤 노련한 경제관료를 영입하는 방식이다.

이번에 경질된 홍 수석은 문 대통령이 밀어붙이고 있는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설계자 중 한 명이면서 동시에 문 대통령에게는 가장 소중한 측근이자 경제교사다. 하지만 정권 출범후 1년이 넘었지만 일자리 창출에 큰 성과는 나지 않고 오히려 경제 상황에 대한 비관론이 높아지자 결국 홍 수석을 밀어낸 셈이다.

그리고 등장한 인물이 노련한 경제관료인 윤종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다.

윤종원 신임경제수석은 옛 경제기획원에서 경제정책 수립을 실무적으로 총괄한 정통 경제관료다. 그는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를 지냈으며 경험과 실력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 신임수석은 DJ 시절 1기 경제수석을 지낸 김태동 수석이 별다른 실적을 내지 못하고 경질된 뒤 들어온 2기 경제수석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을 연상케 한다.

강 장관은 당시 가장 유능한 정통 경제관료로 평가받고 있었다.

김 수석이 DJ 정부와 결을 같이 하는 진보적 성향을 갖고 있었지만 행정경험이 별로 없어 수석으로서의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게 주위의 평가였다.

강 장관은 김 수석의 뒤를 이어받아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 장관,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 등과 호흡을 맞춰 IMF 금융위기를 노련하게 극복하는데 공을 세웠다.

이번 윤 신임수석의 경제수석 임명은 이같은 DJ 시절 초기 경제수석 교체와 같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윤 신임수석이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는 IMF 상임이사와 OECD 대사를 지내면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중시하는 경제 철학을 키워 왔을 공산이 크다. 이러한 윤 신임수석의 경제 철학이 주류 경제학과 다른 노선을 가지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철학과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경제 성장률은 떨어지고 일자리가 말라가는 상황에서 주류 경제학의 성장론을 들고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윤 신임수석이 전혀 다른 철학을 가진 문재인 정부의 실세들과 어떻게 보조를 맞출것인지 학계의 관심이 크다.

여전히 문재인 정부는 소득성장론을 고수하고 있고 그 이론을 추진하는 세력으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포진하고 있다.

역대 정부의 초대경제수석을 살펴 보면 학계에서만 발탁한 것은 아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정통경제관료였던 조원동 수석(행시23회), 노무현 정부에서는 김영주 수석(행시17회) 등이 1기 경제수석에 임명된 바 있다.

학계에서 영입한 사례로는 이명박 정부의 김중수 수석과 김영삼 정부의 박재윤 수석 등이 있다.

한편, 윤 신임수석은 서울 인창고와 서울대 상대를 졸업했으며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평가받고 있는 이창용 IMF 아시아태평양 국장과 절친이다.

이창용 국장은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수석으로 거론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를 국내로 들일 경우 한국이 IMF의 핵심보직을 놓치는 꼴이 돼 초대 경제수석임명을 포기했다는 후문이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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