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30분 前 이례적 취소
[ 조미현/고경봉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주재하기로 한 규제혁신 점검회의가 행사 시작 3시간30분 전 전격 취소됐다. 사전에 공지된 대통령 공식 일정이 갑작스럽게 취소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후 1시30분께 춘추관에 들러 3시에 예정돼 있던 규제혁신 점검회의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민간 눈높이에서 봤을 때 (규제 개혁 방안이) 미흡하다고 대통령에게 일정 연기를 건의했다”며 “대통령도 답답하다며 국민이 생각하는 규제개혁 성과를 만들어서 보고해 달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 2기의 핵심 키워드는 속도와 성과, 체감”이라며 “회의 취소 결정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규제 완화의 내용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내각 경제팀을 포함, 관료사회 전반의 안일한 일처리에 경고를 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회의 취소를 지시하며 “규제 혁신을 가로막는 갈등 이슈를 달라붙어서 해결해 달라”고 특별히 주문했다.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이 러시아 방문 후 피로 누적으로 감기 몸살에 걸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몸 상태와 회의 취소는 무관하며, 이 총리의 건의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사전 보고 과정에서는 별다른 지적을 하지 않은 이 총리가 돌연 내용이 미흡하다며 회의 취소를 건의한 것에 다른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날 회의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지분 보유 한도 완화’, 즉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금지) 완화와 ‘빅데이터 이용을 위한 개인정보 활용 확대’ 등 민감한 주제의 규제 완화 방안을 집중 논의할 예정이었다.
조미현/고경봉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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