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 놓고 설전
[ 김채연 기자 ]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와 조셉 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27일 미·북 정상회담 결과와 한반도 비핵화 전망을 놓고 날을 세웠다. 문 특보는 호평으로 일관한 반면 윤 전 대표는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매겼다.
문 특보는 이날 ‘한반도 비핵화’를 주제로 한 제주포럼 발표자로 나서 미·북 회담에 대해 “북·미는 아직 비핵화 방식과 시한, 교류 과정 등 세 가지 문제에서 이견이 있지만 싱가포르 회담에서 서로의 시각차를 줄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전에는 자신의 임기 내 북한이 비핵화를 해야 한다고 했지만 최근엔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40년이 걸릴 수도 있다며 말을 바꾸고 있다”면서 “이 점은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비해 윤 전 대표는 “싱가포르 선언문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 같은 좀 더 건설적이고 탄탄한 내용이 담겼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북한 비핵화가 생각보다 오래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으로 미·북 간 비핵화 로드맵이 나올 가능성’을 점수로 매겨달라는 사회자의 요청에 대해 문 특보는 10점 만점 중 9점을 준 반면 윤 전 대표는 5점을 줬다.
북한이 CVID를 이행할 의지가 있는지를 놓고서도 의견이 갈렸다. 문 특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CVID 개념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지만 CVID 용어를 일방적으로 항복하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윤 전 대표는 “CVID는 언어상 표현일 뿐이며 중요한 건 북한의 비핵화 의지”라며 “북한은 반드시 우리에게 핵무기, 핵물질 등 모든 것을 다 폐기하겠다는 의지를 진지하게 밝혀야 하는데 아직 그러지 않았고 싱가포르 선언도 완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북한 비핵화 시한을 포기했다는 논란에 대해 문 특보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좀 더 현실적으로 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평양과 서울에 각각 서로 다른 대상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고, 앞으로 보다 낙관적으로 협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표는 “미국 행정부가 중점을 두는 건 현실을 감안해 목표를 달성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폼페이오 장관도 유연성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북제재 완화 시기에 대해선 견해차가 크지 않았다. 문 특보는 “북한이 핵폭탄·핵물질 폐기, 핵 시설 사찰 수용 등에 대해 공개적 선언을 하면 북한에 대한 제재 조치를 완화하는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다. 윤 전 대표는 “북한이 핵 포기 등을 담은 완전한 선언을 하면 제재 완화에 대해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주=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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