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 늪… '복지 모범생' 스웨덴이 흔들린다

입력 2018-06-27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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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부담률 44%로 높지만 노동인구 줄고 재정지출 늘어
밀려드는 아프리카 난민도 문제

지방 치안·의료 공백 심각
사민당 정부 재집권 불투명



[ 이현일 기자 ]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재정지출 증가로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문구로 대표되는 스웨덴의 사회보장제도가 흔들리고 있다. 중동·아프리카 난민에 관대한 정책 역시 재정지출 증가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오는 9월 총선에서 현 사회민주당(사민당) 정부의 재집권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스웨덴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이뤘고, 4차 산업혁명에 잘 대비해 이용자 1억4000만 명의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 마이크로소프트에 2조5000억원에 인수된 마인크래프트 등 혁신 기업을 키워낸 ‘유럽의 모범생’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장기간 이어진 저출산에 따른 영향과 난민, 이민자 급증으로 현행 복지체제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시골에선 치안·보건마저 차질

2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웨덴에서 수술이나 대형병원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 중인 환자 수가 2014년 4월 약 13만 명에서 올 4월 45만 명가량으로 급증했다. 재정난에 시달리는 지방정부가 공공서비스 예산을 줄이고 있어서다.

시골 지역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초 스웨덴 북부 솔레파타시(市)는 연간 1600만크로네(약 21억원)를 아끼기 위해 지역 병원 산부인과 병동을 폐쇄했다. 이에 따라 임산부들이 100㎞ 떨어진 다른 병원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지면서 지금까지 19명의 임신부가 구급차와 자가용 안에서 출산했다. 솔레파타시는 최근 예비 부모와 산파들에게 차량에서 출산하는 방법을 교육하고 있다.

라플란드 남부에선 경찰차 한 대가 덴마크 국토면적(약 4만3000㎢)과 비슷한 구역을 전담하고 있다. 위급 상황이 아니라면 범죄를 신고해도 경찰이 달려오는 데 최대 1주일이 걸린다.

스웨덴은 1990년대 말뫼 조선소를 폐쇄하는 등 위기를 겪었으나 복지 개혁과 노사 타협으로 이를 극복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2.27%)도 유럽 평균(1.4%)은 물론 영국(2.12%), 독일(1.45%) 등 유럽 주요국보다 높다.

그런데도 재정난이 발생한 것은 1970년대 초반 출산율이 2.0명 이하로 내려간 여파로 현재 노동인력이 과거에 비해 거의 늘지 않은 반면 고령화로 재정 지출은 늘어났기 때문이다. 스웨덴은 무상 교육, 1년 이상의 유급 출산휴가와 전 국민 연금 등 다양한 복지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이 같은 혜택을 유지하면서 재정 균형에 신경쓰다 보니 공공서비스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난민에 쏠리는 사회적 불만

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가 넘는 스웨덴에서 이 같은 공공서비스 공백이 발생하는 데 스웨덴 국민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스웨덴의 조세부담률은 약 44%로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다. 그럼에도 스웨덴 정부는 2020년에 국내총생산(GDP)의 0.3%, 2021년에 0.4% 규모의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스웨덴 내에선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난민에 대한 지출이 재정을 축내고 있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인구 1000만 명에 불과한 스웨덴에 최근 5년 사이 아프가니스탄과 시리아 등에서 60만 명의 난민과 이민자가 유입됐다.

관대한 난민정책과 공공서비스 실패 등으로 사민당 정부의 지지율은 하락하고 있다. 오는 9월 총선을 앞두고 이뤄진 한 여론조사에서 우파 민족주의 성향의 스웨덴 민주당 지지율이 25%를 기록하며 집권당인 사민당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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