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고위관계자가 사석에서 퀴즈를 하나 냈습니다. “상속세 대상이면서 세금을 실제로 내는 사람의 비중이 얼마나 될까요?”
답은 의외였습니다. “2% 정도밖에 안됩니다.”
대부분의 국민이 사망하면 적더라도 재산을 남기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상속세’를 낸 사람이 100명 중 2명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의 기본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겁니다.
국세청 홈페이지 내 ‘국세통계’를 들여다 봤습니다. 최신 통계가 2016년분인데 당해 상속세를 납부한 사람이 총 6217명(정확히 말하면 당해 상속세를 납부한 사실이 있는 피상속인 수)이더군요. 그 해 사망자가 총 28만827명이었기 때문에 상속세 납세자는 전체의 2.2%로 계산됩니다. 그나마 비중이 2015년(1.9%)보다 조금 높아졌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상속 공제’에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상속받은 재산이 ‘10억원’을 넘지 않으면 배우자나 자녀 등 상속인이 세금을 낼 필요가 없습니다. 면세점 이하로 보기 때문이죠. 만약 배우자 혼자 상속을 받는다면 최고 32억원(기초공제 2억원+배우자공제 30억원)까지 상속세가 면제됩니다. 물론 이보다 많은 액수를 남겼다면 상속인은 10~50%의 높은 세금을 내야 하구요.
우리나라에서 상속세를 낸 사람이 한해 6000여 명에 불과하지만, 이마저 지역별 편차가 매우 큽니다. 상속세를 낸 사람의 약 65%가 서울 등 수도권에 몰려 있지요.
상속세를 많이 낸 사람의 비율은 단순히 ‘인구수’에 비례하지 않습니다. 예컨대 인구 150만명의 대전에선 상속세 납세자가 99명(2016년 기준), 146만명의 광주에선 95명, 118만명의 울산에선 92명에 불과했지요. 그런데 인구 68만명의 제주도에선 102명이 상속세 신고를 했습니다. 지방 중 유독 제주도에서 상속세를 많이 납부한 겁니다.
이는 부동산 가격 차이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고 합니다. 수도권에선 수 년간 주택값이 많이 뛰었고, 제주도에선 땅값이 급등했지요.
다만 상속세를 내지 않으려고 편법, 불법을 동원하는 일도 적지 않았을 겁니다. 단순히 ‘면세점 이하’여서 상속세 납부자가 적다고 하기엔, 납세자 비율이 지나치게 낮은 것도 사실이니까요. 국세청이 2011년 세금탈루 현황을 분석해 보니 전체 탈루액 26조8000억원 가운데 부자들의 상속·증여세 비중이 26.7%로, 부가가치세(19.1%)보다 많은 1위였습니다.
국세청은 상속세 징수를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고심하고 있습니다. 부유층 상속인에 대한 세무 조사를 확대하는 게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상속 공제액 축소 역시 검토 대상이구요. 오는 8월께 공개되는 세제 개편안에 어떤 내용이 담길 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끝)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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