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 터를 보러 다니는 사람들은 대략 500㎡(약 150평)에서 찾기 시작한다. 이상한 일은 그 정도 땅을 찾는 사람 중 실제로 그런 규모의 땅에 집을 지어 살아본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 동네(경기 가평)에 이사 온 약 50가구의 입주자 중에서 이전에 단독주택에 살다가 이사 온 집은 한 집도 없다. 그럼 500㎡라는 단위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1990년대부터 본격 공급되기 시작한 교외 전원주택단지는 주로 임야를 개발한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임야는 1만㎡(약 3000평) 이하로 개발면적이 제한돼 있다. 일부 도로 지분을 제외한 대지 전용면적 범위(대략 2500평) 안에서 당시 주택 사업승인을 받지 않고 공급할 수 있는 20가구 미만(현재는 30가구 미만)으로 가구수를 제한하다 보니 130~150평 단위로 자연스럽게 대지 규모가 정해졌다. 서울 교외 유명 전원주택지의 대지와 주택을 포함한 공급가격이 2억원 이하, 대지 공급가격이 3.3㎡(평)에 50만~80만원 선이던 그 시절에 대지 가격을 1억원 이하로 유지하기 위한 셈법도 작용했다. 그렇게 공급되기 시작한 전원주택이 대세를 이루면서 집터로 거래되는 임야, 농지도 그런 단위로 사고팔게 됐다. 분양시장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공급 단위인 셈이다.
이 면적이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진 규모인지는 통계가 증명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주택 총조사 결과를 보면 다가구주택, 점포주택을 제외한 순수 단독주택은 전국에 약 270만 채가 있다. 이 중에서 약 절반인 48.4%가 대지면적 327㎡(약 99평) 이하다. 면적 단위별로 가장 많은 비율은 195㎡ 이하(약 59평)로 전체의 26.7%(72만 채)를 차지한다.
도시에서 시골로 집을 옮긴다고 해서 갑자기 터를 늘려 잡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자칫 집을 스스로 관리하기 힘든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 땅에 대한 욕심을 줄이는 것이 좋은 집을 장만하는 첫걸음이다. 땅에 대한 욕심을 줄인다는 것은 바로 옆에 들어서는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을 키워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남 구례에 가면 운조루(雲鳥樓)라는 고택이 있다. 이 집 문간에는 ‘타인능해(他人能解)’라고 쓰인 쌀 두 말 크기의 특별한 뒤주가 있다. 아무나 열 수 있으니 필요한 만큼 쌀을 퍼가라는 뜻이다. 땅을 대한 물욕을 적정선에서 자제하고 나눔의 미학을 실천했던 가문의 미담이 주는 교훈은 전원주택지를 장만할 때도 새겨야 할 계율이다.
이광훈 < 드림사이트코리아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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