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갑 기자 ]
테라코타(구운 흙) 조각가로 잘 알려진 한애규 씨(64)는 1980년대부터 손에서 주물러지는 흙의 감촉에 빠져 30년 넘게 흙을 재료로 작업해왔다. 서울대 미대 응용미술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주로 일상에서 느끼는 여성과 이들의 삶, 존재에 대한 사유를 긍정적인 시선으로 잡아냈다. 여성들이 생명력을 가진 주체적인 인간으로 살면서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는 그리움, 고마움, 막막함, 허무함 등을 시각화해 그들에게 말 없는 위로를 건넨다.
여성의 이런 감성과 실존의 의미를 조형예술로 다채롭게 보여주는 한씨의 개인전이 다음달 19일까지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열린다. 2년 만에 마련한 이번 전시회 주제는 ‘푸른 길’. 트레이드마크인 둥그스름하고 복스러운 동양 여인의 형상을 담은 테라코타 작업을 비롯해 소와 말의 동물상, 반인반수(半人半獸) 등 근작 40여 점을 풀어놨다.
전시장 지하 1층에는 마치 행렬처럼 보이는 대형 설치작품이 관람객을 반긴다. 여인을 상징하는 인류의 조상을 비롯해 말을 형상화한 ‘실크로드’, 인류가 가장 친숙하게 여겨온 동물 ‘소’, 반인반수 조각 ‘신화’ 시리즈를 모아 긴 행렬처럼 펼쳐놓은 작품이다.
작가는 행렬을 이룬 조각상에 대해 “과거 북방으로의 열린 길을 통해 사람, 동물, 문화 등 교류의 역사가 이어져왔다”며 “한반도 분단으로 끊어진 북방으로의 길이 다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지상 1층에는 기둥 조각과 파편들을 형상화한 작품 ‘흔적들’ 시리즈가 눈길을 붙잡는다. 현재는 폐허로 남아있지만 찬란했던 유적지의 잔해를 마치 돌의자처럼 꾸몄다. 작품에 차분히 앉아 감상할 수 있어 전시 관람의 즐거움을 더한다.
한씨의 이번 작업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역시 푸른빛이다. 여인상의 발밑, 반인반수의 눈동자, 기둥 조각 등에 푸른색을 활용했다. 작품 곳곳에 보이는 푸른 흔적은 사람들이 건넜거나, 보았거나, 만졌거나, 마셨거나, 발을 적셨던 물을 은유한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이 밖에 처용을 생각하며 만든 작품, 여인들의 엉덩이와 형태를 풍만하게 표현한 작품,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켄타우로스(반인반마 종족)를 상징한 작품을 보면 다소 낯설지만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돈다.
한씨의 작품이 이처럼 재미있고 독특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작가는 “불 속에서 구워지는 흙은 오일이나 아크릴 물감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흙을 재료로 사용한 둥근 형상을 통해 친근감 있고 만져보고 싶은 느낌을 자아내는 데 역점을 둡니다. 둥글고 풍만한 느낌이야말로 흙과 불의 만남이 아니면 구현할 수 없죠.”
흙의 변화무쌍한 가능성을 현대미술로 녹여내려 애쓴다는 그는 “미술가의 본질은 동물적 감각으로 느낌있는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시대정신의 전위대 역할을 하는 작가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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