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에 시장은 침체…공항건설 3년째 제자리
‘6·13 지방선거’를 한 달 앞둔 지난달 14일 제주도 제주시 벤처마루. 재선에 도전하는 원희룡 후보(현 제주도지사)에게 한 남성이 달걀을 던졌다. 이날은 ‘제주 제2공항 건설’ 문제를 두고 제주도지사 후보 토론회가 열린 날이었다. 달걀을 던진 뒤 그는 원 후보 뺨을 두어 차례 때렸다. 보좌진이 이를 말리자 흉기로 팔목을 그어 자해했고 구급대에 실려 병원에 이송됐다. 원 후보에게 달걀을 던진 남성은 김경배 제2공항 성산읍반대대책위원회 부위원장. 서귀포시 성산읍에 사는 그는 지난해 10월 제2공항 반대를 주장하며 제주도청 앞에서 42일간 단식 농성을 벌였다. 달걀을 몸에 뒤집어 쓴 원 후보는 말 없이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숙였다.
제주 제2공항 건설 사업을 두고 정부와 주만간 갈등이 3년째 봉합되지 않고 있다. 정부와 제주도는 늘어나는 제주 공항 수요에 맞춰 신공항 건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주민들은 의견 수렴이 이뤄지지 않은 데다 입지 선정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며 타당성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공항 같은 대형 인프라 건설 사업이 일반적으로 ‘핌피(PIMFY)’ 현상을 빚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발짝도 못나간 제2공항 건설
제2공항은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에 들어설 제주 신공항이다. 첫 시작은 1989년께로 올라간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제주 공항이 수용 능력이 부족하다며 신공항 건설을 언급했다. 막대한 사업비 탓에 사업은 1990년대 초반까지 진척되지 못했다.
그러다 2015년 11월 국토부는 ‘제2공항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제주 공항 수요가 늘면서 기존 제주공항만으로는 이용객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국토부는 항공수요가 2013년 2600만명에서 2015년 2309만명으로 늘어난 데 이어 2020년 3211만명, 2030년 4424만명으로 연평균 4.4%씩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시 국토부는 2012년 ‘신공항 개발 구상연구’를 하면서 기존 제주공항을 확장하는 안도 고려했으나 자연 훼손과 공사비 과다 지출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제2공항 신설을 결정했다. 기상조건이 좋고 환경 훼손이 덜한 성산읍을 입지로 정했다. 그 뒤 2016년 12월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 평가(B/C)’가 1.23로 나오며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정책적·지역균형발전적 분석을 종합평가(AHP)한 값도 0.664로 나와 사업 추진을 결정하는 기준인 0.5를 넘겼다. 이로써 496만㎡ 부지에 활주로 1본(3200m×60m), 계류장과 터미널(국내선 9만2400㎡, 국제선 7만㎡)을 짓는 제주 제2공항 건설 계획이 수립됐다. 사업비 4조8700억원이 책정됐다. 2025년 개항 목표였다.
◆성산읍 주민 “의견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
건설계획 발표 이후 3년이 지났지만 사업은 제자리 걸음이다. 신공항 예정지인 성산읍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서면서다. 반대 주민들은 “주민 의견 수렴을 전혀 하지 않고 정부와 제주도가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대책위원회를 꾸려 반대운동을 시작했다. 김경배 제주 제2공항 성산읍반대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해 10월 제주도청 앞에서 42일 동안 단식농성을 하기도 했다.
부지 선정 과정에서 신뢰도 낮은 자료를 사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제2공항 반대대책위는 2015년 국토부가 작성한 용역보고서를 ‘허위 보고서’라 주장했다. 지난해 12월28일 용역을 수행한 김병종 항공대 교수 등 5명을 제주지검에 고발하기도 했다. 반대위는 “제2공항 건설은 절차를 무시한 일방통행식 행정”이라며 “부실 용역보고서를 재검증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토부는 결국 지난해 12월 입지선정에 대한 타당성 재조사에 들어간다고 밝힌 뒤 지난 2월 용역 업체를 선정했으나 논란은 꺼지지 않았다. 제2공항 입지선정 용역에 참여했던 업체에 또 다시 기본계획 용역을 맡기면서다. 반대위는 “타당성 재조사 용역 업체인 대한교통학회는 과거 사전타당성 조사에 참여한 유신 컨소시엄에 포함된 곳”이라고 주장했다.
반대 여론이 들끓자 유신 컨소시엄은 지난 5월 계약을 포기했다. 국토부는 제2공항 타당성 용역 입찰을 다시하고 있다. 국토부 신공항기획과 관계자는 “빠른 시일 내에 재조사를 맡길 용역 업체를 선정해 타당성 재조사에 들어갈 것”이라며 “3개월간 재조사를 마치고 타당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사업을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엔 찬바람
제2공항 건설 계획을 발표한 2015년 11월 당시 제주 부동산 시장은 뜨거웠다. 발표 이후 제주에서 처음 열린 경매에서 공항 주변 임야가 감정가 4배 넘는 가격에 거래됐다. 성산읍 신풍리 94번지 662㎡ 규모 임야가 감정가(993만원)의 433%인 4300만원에 매각됐다. 맹지인 데다 지분도 4분의 1에 불과한 땅이었다. 이어 지난 2016년 12월에는 제주시 경매 평균 낙찰가율이 전국 최고인 178%를 기록했다.
그러다 제주 부동산시장은 지난해부터 횡보하다 올해부터 고개를 숙이고 있다. 한국감정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제주 아파트 집값 상승률은 0.4%에 그쳤다. 전국 평균 상승률(1.1%)에 한참 못 미쳤다. 미분양은 계속 쌓이고 있다. 지난 5월 기준 제주 미분양 물량은 1260가구로, 지난해 1월(353가구)보다 3배 많다. 분양시장에선 청약자 0명’ 단지도 등장하고 있다.
제주 부동산 시장 침체의 주원인은 공급 과잉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제2공항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택이 과잉공급됐다는 것이다. 중국 관광객이 감소한 것도 한몫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유커가 몰린다는 기대에 주택뿐 아니라 오피스텔 타운하우스 호텔 등의 공급이 급격하게 늘었다”며 “미분양이 속출한 데다 대규모 개발 사업인 제2공항 건설도 늦어진 상태라 제주를 찾는 투자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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