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日 롯데홀딩스 이사직 유지…경영권 방어 성공

입력 2018-06-29 10:51   수정 2018-06-29 11:13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3)이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승리하며 형제 간 경영권 분쟁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29일 오전 9시 도쿄 본사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주주 안건으로 제안한 신 회장의 롯데홀딩스 이사직 해임안을 부결함으로써 신 회장에 대한 재신임을 확인했다.

이번 주총에서 신 전 부회장은 본인의 이사 선임과 신 회장, 츠쿠다 다카유키 사장의 해임건을 주주제안으로 상정했으나,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신동주·동빈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2015년 이후 진행된 형제 간 5번의 경영권 대결에서 신 회장에게는 이번이 가장 어려운 고비였다.

신 회장은 지난 2월 면세점 관련 뇌물공여 혐의로 1심에서 2년6개월의 실형을 받은 후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 현재 이사직만 유지하고 있다.

이번 주총에서는 신 회장이 직접 참석하지 못하게 되면서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등 롯데 비상경영위원회 대표단이 전날 일본을 방문해 일본 롯데 경영진들에게 한국의 현재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신 회장의 서신을 전달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의장이 참석한 주주를 대표해 신 회장의 서신을 대독했으며, 참석한 주주들이 회사 제안 의안과 주주 제안 의안을 심의했다.

신 회장이 구속수감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경영권을 지켜낼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보다 그동안 보여준 경영능력과 실적을 꼽을 수 있다.

2015년 7월 한·일 롯데의 총수 자리에 오른 신 회장은 형 신 전 부회장과 비교해 뛰어난 경영 실적을 보여줬다. 한국 롯데를 이끌어온 신 회장은 지난해 한국 롯데 매출(96조원)을 일본 롯데 계열사(4조∼5조원) 매출의 20배 넘게 성장시켰다.

신 회장이 롯데그룹 정책본부장으로 취임한 2004년 이후 롯데그룹은 각종 인수합병을 통해 재계 서열 5위로 올라섰다. 신 회장이 정책본부장 취임 이후 진두지휘한 인수합병 건은 40건에 14조원을 웃돈다. 한국 롯데는 세계 20개국에 진출해 해외 매출로만 11조원을 거두고 있으나 일본 롯데는 해외 진출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신 회장이 한·일 롯데 공조를 강조하면서 일본 롯데에 대한 투자 확대 등 동반 성장을 강조한 데 대해서도 일본 주주들이 신뢰를 보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 회장은 2015년부터 한·일 통합경영을 시작한 후 320억엔(약 3200억원)을 투입해 일본에 초콜릿 공장을 신설하는 등 일본 투자도 늘렸다.

반면 신 전 부회장은 창업주인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을 대신해 1980년대부터 2015년 초까지 약 30년 간 일본 롯데에 몸담으며 경영에 참여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해 주주 신뢰를 잃었다.

신 전 부회장은 컴플라이언스(준법경영) 위반으로 2014∼2015년 일본 롯데홀딩스를 포함한 일본 롯데 주요 계열사 이사직에서 해임되면서 경영 능력과 윤리경영 측면에서 흠결이 남아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한국과 일본 법원에서 이사직에서 해임된 것이 부당하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모두 패소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한국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부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일본롯데 주주들이 다시 한번 지지를 보내준 데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어려운 현 상황이 빨리 극복돼 한일롯데의 경영이 불안정해지는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신동주 전 부회장은 더 이상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해 임직원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고 롯데의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일을 멈춰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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