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중간선거 위해 유가하락 압박한듯…전문가들 "증산 필요없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가 안정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에 석유 증산을 요청했다. 이에 사우디도 동의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방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국왕과 얘기를 나눴고, 이란과 베네수엘라에서의 혼란과 장애 때문에,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 사우디의 석유 생산을 대략 200만 배럴까지 늘려 줄 것을 요청한다고 그에게 설명했다"면서 "(석유) 가격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살만 국왕은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이처럼 석유 생산을 늘려달라고 구체적인 요청을 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AP 통신은 보도했다.
이는 이란 제재를 재개한 미국 정부가 동맹국들에 이란산 석유 수입을 금지하라고 한 조치와 연관된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주요 석유 수출국인 이란의 석유 유통량이 줄면서 유가가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대로 베네수엘라의 경제 혼란도 유가를 끌어올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29일 미국의 기준 유가가 2014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74.15달러에 마감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사우디는 트럼프 대통령과 살만 국왕의 통화 사실을 인정했으나, 구체적인 증산 목표치를 언급하지 않아 미국과 온도차를 보였다.
사우디 국영 SPA 통신은 "두 정상은 통화에서 석유 시장의 안정과 국제경제 성장을 유지하고자 노력할 필요성을 강조했다"면서 산유국들이 잠재적인 공급 부족을 보충해야 할 필요성에 대한 공통의 이해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200만 배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사우디 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사우디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구체적인 약속을 하지 않았지만, 미국에 (증산) 요구를 충족할 능력이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만 말했다.
다른 사우디 관료도 이 신문에 "사우디는 하루 1천100만 배럴을 초과하고 싶어 하지 않고, 현재의 생산능력을 확대할 의도도 없다.
돈이 너무 많이 든다"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AP와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사우디는 현재 하루 1천만 배럴가량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으나, 7월에는 생산량을 끌어올려 하루 1천80만 배럴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들이 다음 달부터 하루 100만 배럴을 증산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다만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최고경영자(CEO)인 아민 나세르는 지난 25일 인도에서 기자들과 만나 하루 200만 배럴의 여유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와 일치하는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석유 증산 압박은 국내 정치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원유 공급 부족과 여름철 수요 증가로 유가가 급등하면 유권자들이 등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보통 휘발유 가격은 지난해 갤런당 2.23달러에서 올해 2.85달러로 크게 올랐다.
중간선거에서 다수당 탈환을 노리는 민주당도 유가 상승을 트럼프 행정부의 책임으로 돌리며 선거 이슈로 쟁점화하는 분위기이다.
앤트완 해프 미 컬럼비아대 연구원은 AP에 "트럼프 지지층은 미국 휘발유 가격 인상에 가장 민감해 할 유권자층"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증산 요구가 중간선거에 대비하는 차원인 동시에 이란에 대한 '최대 압박' 전술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사우디가 석유 생산을 늘리더라도 그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석유 전문가 필 플린은 200만 배럴 증산이 실현되면 당장은 유가를 배럴당 2∼3달러 낮출 수 있다고 예상하면서도 겨울철까지 수요가 증가할 것을 고려하면 이런 유가 하락세가 지속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증산이 필요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딘 포먼 미국석유협회(API)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금 시장은 하루 200만 배럴의 추가 생산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향후 2년간 세계 경제성장이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이번 증산요청이 공급 과잉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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