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공부합시다] 2~3개 참여자가 있는 과점상태에선 담합·카르텔이 형성될 우려 있어요

입력 2018-07-02 09:02  

테샛 경제학 (16) 과점과 게임이론



이동통신 3사(SKT, KT, LGU+)가 참여한 5G 이동통신용 주파수 경매가 지난달 18일 끝났다. 최종 낙찰가는 3조6184억원. 전문가들은 과거 사례에 비춰 낙찰가가 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통 3사가 정보전을 펼치는 등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경매는 의외로 낮은 가격에 다소 싱겁게 끝나버렸다. 5G 이동통신용 주파수는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사물인터넷(IoT) 서비스에 필요한 주파수 대역으로 평가된다. 미래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5G 주파수 확보는 필수다.

이통 3사의 주파수 경매 사례를 통해 경제학이 언급하는 과점과 ‘게임이론’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다. SKT, KT, LGU+ 3사의 무선 가입자 점유율은 약 50 대 30 대 20이다. 우리는 이 시장을 과점시장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과점이란 새로운 기업의 진입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소수 기업이 시장 수요의 대부분을 공급하는 시장 형태를 말한다. 공급자가 소수이기에 한 기업의 의사 결정이 나머지 다른 기업에 영향을 미친다. 이들은 경우에 따라 협조할 수도, 갈등을 겪을 수도 있다. 즉, 과점기업들은 ‘상호의존성’이 매우 높다. 이것은 완전경쟁시장이나 독점과 다른 과점시장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상호의존성을 통해 담합이나 카르텔을 형성해 시장지배력을 강화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석유수출국기구(OPEC)다. 산유국들이 감산에 합의해 시장 가격을 올리기도 한다. 물론, 일부 산유국이 자국의 생산량을 늘려 이득을 노리는 분열도 나타난다. 과점기업 간 상호의존성이 협조와 갈등의 반복을 낳는다. 이통 시장은 과점이 갖는 또 다른 특징도 보인다. 독점보다 낮지만 이동통신 사업에서 정부의 허가가 필요한 것을 보면 상당한 진입장벽이 존재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광고와 같은 제품 차별화 전략을 서로 구사하기 때문에 비가격 경쟁이 심해지기도 한다.

과점기업은 2~3개 참여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한 기업의 가격, 생산량의 결정은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기업의 의사결정 때 상대 기업의 반응까지 고려해야 한다. 과점시장에서 이를 연구한 것이 바로 게임이론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내쉬 균형’이다. 상대방의 전략을 주어진 것으로 보고, 게임 참여자는 이에 반응해 가장 최선의 전략을 선택했을 때 도달하는 균형이 내쉬 균형이다. 상대방이 어떤 전략을 사용하는지 관계없이 항상 자신의 이익이 가장 커지는 전략은 ‘우월전략균형’이다. 이번 주파수 경매는 ‘반복게임’을 통해서도 분석할 수 있다. 반복게임이란 동일한 경기자들 사이에 여러 번 계속해서 게임이 이뤄지는 것을 뜻한다. 이동통신 3사는 주파수 경매에 매번 참여한다. 그때마다 치열한 경쟁으로 주파수 경매가가 높아지면서 ‘승자의 저주’를 우려한 목소리도 커졌다. 이번 주파수 경매가 예상과 달리 두 번째 경매에서 끝난 것도 학습효과를 통해 경매가격 상승에 부담을 느낀 LGU+가 주파수 할당량을 하향 신청하면서 마무리됐다. 이는 현실에서 기업의 의사결정 때 상대방의 전략과 의도를 파악하며 서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여준다.

■ 승자의 저주 [Winner's Curse]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승리에 이르기까지 지나치게 많은 것을 쏟아부음으로써 너무 많은 것을 잃게 되는 것을 일컫는 말. M&A 등에서 너무 높은 가격에 인수함으로써 인수 주체의 발목을 잡는 현장을 이야기할 때 종종 사용된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 jyd54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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