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한테는 월세를 놨다고 속인 뒤 실제로는 전세로 계약하는 수법으로 보증금 수십억원을 챙긴 공인중개사가 경찰에 구속됐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공인중개사 김모씨(46)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사문서위조 및 행사 등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015년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서울 강남 일대 오피스텔과 주상복합아파트 등 부동산을 관리하면서 세입자 15명에게서 전세보증금 명목으로 34억6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김씨가 세입자 1인당 1억 8000만원에서 5억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가로챈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김씨는 이들 부동산을 소유한 12명의 집주인과 월세로 운용하는 전속 관리계약을 체결했다. 김씨는 이들 집주인이 해외나 지방에 거주하는 점을 이용해 범행을 숨겼던 것으로 전해졌다. 세입자들로부터 받은 전세보증금에서 일부를 꺼내 정해진 기일마다 현금을 꼬박꼬박 입금해 의심을 피했다. 또 전세담보대출을 받으려는 세입자들에 대해서도 “집주인의 반대 등으로 안된다”며 거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전세보증금으로 받은 34억원 중 임대인들에게 월세 명목으로 보낸 일부 금액을 제하고 대부분 도박 등 유흥비로 탕진했다.
김씨 행각은 월세 납입이 차일피일 늦어지는 점을 수상하게 여긴 한 집주인이 자신의 건물을 찾았다가 계약이 전세로 이뤄졌음을 알게 되면서 덜미를 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세입자들 입장에서는 김씨에게 사기를 당한 셈이라 최대 5억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되돌려 받을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집주인들이 앞으로 세입자들에게 퇴거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돼 돈 한푼 받지 못한 채 길거리에 나앉을 처지에 놓였다는 설명이다.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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