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황 전망
삼성전자·하이닉스 풀가동
D램가격 상승세 당분간 지속
낸드가격 하락, SSD 수요로 상쇄
중국업체 메모리 반도체 생산
연내 양산까지는 힘들 전망
미국이 중국에 보복관세 부과 땐
중간재 납품하는 亞기업 타격
[ 고재연 기자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이 주도하는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슈퍼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하면서 예전에 없던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데다 모바일, PC, 서버 등 기존에 메모리 반도체를 사용하던 수요처도 고성능·고사양 제품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올해 하반기까지 수요 증가 및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중국 정부의 한국 반도체업계에 대한 반독점 심사 개시와 미·중 무역 전쟁은 ‘변수’로 남아 있다. 미국이 중국산 정보기술(IT) 제품이나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한국 반도체업계가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메모리 수요는 ‘탄탄’
1일 대만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각 업체의 2분기 PC용 D램 가격 협상 결과를 분석한 결과 1분기 대비 평균 가격은 3% 올랐다. DDR 4GB(기가바이트) 제품 고정거래가격은 지난 3월 3.81달러에서 4월 3.94달러로 오른 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D램익스체인지는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시장 선두업체가 서버와 모바일용 D램 생산을 늘리고 있지만 올해 추가되는 생산설비를 연말까지 완전 가동하긴 어렵다”며 “D램 가격은 하반기에도 계속 오르거나 최소한 하락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중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반도체 3사를 상대로 반독점 위반 조사에 들어가는 등 가격 인하를 압박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D램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예상이다.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 여부가 변수로 남아 있지만 초기 단계에 불과해 양산에 들어가기까지 기술적 어려움을 극복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기업의 D램 생산은 기술적 어려움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며 “낸드플래시는 연말부터 시험 생산이 가능할 전망이나 하이엔드 제품 생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낸드플래시 가격은 떨어지고 있지만 그로 인한 ‘수요 확대’ 효과도 이어질 전망이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28Gb 16Gx8 MLC 제품의 고정 거래 가격은 지난해 9월 소폭 하락해 올해 6월까지 5.6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주요 업체들이 가격을 비교적 큰 폭으로 인하하면서 수요가 되살아나고 있는 데다 하반기에는 새 아이폰 출시와 계절적 요인 등에 힘입어 시장이 다시 상승 흐름을 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제품 가격을 낮추면서 1분기 매출이 다소 감소했지만, 가격대가 낮아지면서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용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D램익스체인지는 보고서를 통해 설명했다.
SK하이닉스도 최근 72단 3D 낸드 공정의 설비와 수율을 높인 상태여서 이를 통한 출하량 증대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미·중 무역전쟁 ‘예의주시’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반도체업계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양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4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폭탄’을 경고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보복 관세’로 응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관세로 중국의 대미(對美) 수출이 큰 폭으로 줄어들 경우 중국 기업에 중간재를 납품하는 아시아 국가들이 타격을 입게 된다. 한국과 대만,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의 반도체, 휴대폰 액정, 자동차 부품 관련 업체들은 다양한 중간재를 중국에 판매한다. 중국 기업은 중간재를 공급받아 완성품을 만들어 미국에 수출한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을 중심으로 제품공급망이 복잡해진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산 IT 제품에 쉽게 관세를 매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애플을 비롯한 미국 주요 IT업체가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 자국 산업 피해가 큰 반도체와 IT 기기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면서도 “만약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징벌적 관세 부과에 나설 경우 한국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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