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반쪽 합의로 EU 내 분란 누른 '난민 공동합의문'

입력 2018-07-02 17:16   수정 2018-07-05 10:38

해상국경 강화 등 세부사항서 간극 커
길어지는 난민행렬에 분열·증오 꿈틀

김흥종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난민 문제로 회원국 간 첨예한 대립이 예상됐던 유럽연합(EU) 이사회는 지난달 28일 회의를 시작해 이튿날 새벽까지 이어지는 난항 끝에 간신히 공동합의문을 도출했다. 합의의 주요 내용을 보면 EU 국경을 더 강화하고 EU 지원으로 난민심사센터를 세워 심사를 더 신속·정확하게 하는 등 역내로 넘어오는 예비 난민을 잘 통제하기로 했다. 난민 신청자가 EU 내 다른 회원국으로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도 제한하기로 했다. 북아프리카 등 역외에 난민센터를 둬 회원국으로 들어오기 전에 유입 압력을 줄이기로 했으며, 난민 송출국에 대한 지원을 늘려 난민이 발생하는 근본 원인을 해소하는 데 노력하기로 했다.

합의문은 상당히 진전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지만 회원국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난민 문제로 기독교사회당(기사당·CSU)과 70년간 유지하던 동맹관계가 끊어지고 대연정이 붕괴할 위기에 처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난민 신청자의 자유로운 역내 이동을 제한하며 난민심사센터를 만들기로 했다는 성과를 거뒀다. 난민심사센터라는 것이 난민과 경제적 이주를 구분해 후자의 경우 돌려보낼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난민 유입을 억제하는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는 기사당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기사당이 주장했던 부분, 즉 독일로 밀려드는 난민을 원래 신청한 지역으로 되돌려 보내도록 하는 강제 조항이 없기 때문에 불충분한 합의였고, 예상대로 기사당은 호르스트 제호퍼 당수 겸 내무장관이 사임하겠다고 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이번 EU 이사회가 새 정권의 데뷔 무대였다. 반(反)이민을 기치로 내세운 연립정권의 한 축인 동맹당은 난민 도착국에 심사 의무를 부여해 이탈리아 등 지중해 국가들에 과도한 책임을 지웠던 더블린 규정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데 성공했다. 난민 문제를 도착국 이탈리아만의 문제가 아니라 EU 공통의 문제로 인식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합의문은 난민 문제와 관련해 EU 회원국이 갖고 있는 고민을 해결해주지 못하는 반쪽 합의에 불과하다. 난민심사센터를 어디에 설치할 것인지를 결정하지 않았는데 이것은 향후 더 큰 대립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국경 강화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이지 않다. 특히 해상국경 강화와 관련해 더 많은 EU 예산을 달라는 이탈리아와 그 예산을 육상 국경 방어에 쓰려는 중부 유럽국가 사이에는 큰 간극이 존재한다. 사헬지역과 시리아, 리비아 등 정정이 불안정한 국가의 안정을 위한 조치는 구체적이지 않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문제이며 때로는 EU의 역량을 벗어난다. 역외심사소 설치는 리비아 등 상대국과의 교섭이 필요한 문제인데 송출국이 그다지 협력적이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해상국경 방어, 송환, 재배치 등에서 다른 회원국들과 의견을 달리하는 이탈리아가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도 불안한 부분이다.

19세기와 20세기에 걸쳐 대규모 전염병과 빈곤은 아일랜드와 이탈리아에서 신대륙 아메리카로의 대규모 이민을 낳았다. 그 전엔 종교 박해로 말미암은 종교 난민이 유럽대륙을 떠돌았고 신대륙으로 가기도 했다. 최근에는 전쟁과 기아로 점철된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서 유럽으로 난민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인권과 박애, 경제적 동인으로 납득하기에는 상황이 급박하다. 분열과 증오가 유럽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EU에 큰 도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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