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절벽에 서민층 피해도 우려
거래 활성화할 맞춤정책 필요
이성근 < 경희대 교수, 한국부동산정책학회장 >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규제 일변도다. 과잉 유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같은 금융제한과 일부 재건축 시장 과열 방지책인 초과이익환수제, 안전진단 강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보유세 인상 등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지난 5월 기준, 한국감정원의 부동산 거래량을 보면 아파트 매매는 4만1989건으로 전년 동월의 5만3387건 대비 27.1% 급감해 착 가라앉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부동산 보유세를 인상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과세 체계의 큰 틀에서 보면 부동산 보유세 현실화란 정책방향은 제대로 잡은 것 같다. 하지만 조세 저항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교한 실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1주택자 차등과세안이 필요하다. 고가 주택 1채 소유자와 일반 다주택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며, 은퇴 후 연금 등으로 생활하는 고가 1주택 실거주자의 실질 세금 부담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이 시점에서 부동산 규제의 정책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부동산 규제정책의 목적으로는 부동산 가격 안정화가 첫 손가락에 꼽힌다. 그러나 각종 규제에 묶여 부동산 거래가 급격히 줄고 있으며 경기 또한 극심한 침체 상황이란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보유세 부담을 늘리는 만큼 거래 비용을 줄여주는 방안이 필요한 이유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정부의 의도와 달리 젊은 신혼부부와 서민층이 피해를 당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우선, DSR제도 등으로 인해 서민과 젊은 신혼부부들의 대출 문턱이 크게 높아져 이들의 내집 마련 계획과 주거안정이 위협받고 있다. 또 지방 도시 아파트들은 이미 심각한 미분양 사태에 봉착해 있다.
가계부채 급증의 주범인 부동산에 대한 금융규제는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신규 진입이나 노후 주택의 교체, 다른 지역으로의 이전 수요 등 부동산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필요한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 더불어 부동산 가격 안정화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경기침체 및 최악으로 흘러가는 실업률과 출산율 저하에 대한 고민을 담은 부동산 정책이 필요하다.
첫째, 신혼부부의 생애 최초 주택 구매 시 취득세 면제 정책을 재추진하는 방안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지역별로 6억~9억원 사이의 주택가격 상한선을 정하고 취득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해 주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일정 부분 신혼부부 주거 문제 및 저출산 해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DSR 제도 및 LTV·DTI 제한의 현실적인 수정이 필요하다. 이미 시행 석 달째를 맞은 상황에서 DSR은 대출 거절 범위인 150%를 상회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기준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소득이 줄어드는 중·노년층과 소득 규모가 작은 청년 및 신혼부부는 주택 마련 및 주거 안정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소득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계층이 느낄 어려움을 살핀 보다 세심한 대안이 필요하다.
셋째, 판교 테크노밸리, 과천 지식정보타운과 같이 주거지 공급과 더불어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주택과 도로, 철도 등의 인프라와 더불어 4차 산업 등 지식기반산업을 집적화하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런 사업은 지역 내 고용창출 및 신규 창업을 장려하는 사업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실업 해소에 기여할 수 있고 양질의 주거환경을 제공할 수도 있다.
부동산 시장이 장기적으로 연착륙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거래는 활성화하면서 가격은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효율적 정책이 요구된다. 규제 일변도의 정책은 시장의 침체를 불러올 뿐이다. 이번 보유세 인상 방침과 더불어 거래세 인하를 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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