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銀 은산분리 완화 추진
정보보호법 개정도 언급
"정부가 할 일은 해야한다"
[ 강경민 기자 ] 최종구 금융위원장(사진)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의 잇단 압박에도 불구하고 연일 금융규제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한 은산분리 규제와 개인정보보호 규제 완화는 금융혁신 및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선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최 위원장의 소신이다. 현 정부의 핵심 실세로 평가받는 참여연대로부터 ‘적폐세력’으로 공격받더라도 ‘정부가 할 일은 해야 한다’는 최 위원장의 강한 의지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최 위원장은 4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생명보험협회 주관으로 열린 ‘보험, 미래를 향한 혁신 세미나’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규제 틀이 필요하다”며 “과거의 촘촘한 규제에 변화를 줘 좋은 방향으로 뒷받침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융분야에서 혁신적인 사업자가 나타날 때 기존 금융업에 대한 규제 때문에 저해되는 일이 없도록 여러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이 구체적인 대상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은산분리라는 규제 탓에 성장이 가로막혀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을 지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위원장은 지난 2일 열린 금융산업 경쟁도평가위원회 1차 회의에서도 “면허증에 안주하고 있는 금융산업에 경쟁과 혁신을 가져오기 위해선 신규 참가자의 진입을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개인정보 보호 규제 완화 필요성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정보 보호 규제가 세계에서도 강한 수준으로 분류된다”며 “개인정보 활용을 제한하는 현행 법과 제도를 개선해 금융혁신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관련법 개정이 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국회와도 긴밀히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은산분리와 개인정보 보호 규제 완화는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릴 예정이던 규제혁신점검회의의 핵심 안건이었다. 하지만 시민단체의 반발을 의식한 정부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는 “과거 보수정권의 경제정책을 이어가는 것을 결코 수용할 수 없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 위원장은 이날 세미나가 끝난 뒤 기자와 만나 “시민단체가 여러 의견을 얘기할 수는 있다”며 “하지만 정부로서는 해야 할 일이 있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의 반발에도 두 핵심 과제를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그는 최근 “금융시스템의 안정적 운영과 소비자 편익 제고라는 두 가지 목표는 동시에 달성하기 매우 어렵지만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 정부 들어 두 가지 목표 중 금융소비자 보호에만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을 경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업계는 최 위원장의 이런 ‘뚝심’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한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는 “시민단체야 책임이 없으니 아무 주장이나 할 수 있다”며 “최 위원장이 시민단체를 신경쓰지 않고 금융혁신을 위해 규제 개혁에 적극 나서고 있어 반갑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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