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은 경제성장 견인차
보호무역주의 파고 높을수록
중소기업 수출지원 중요성 커져
지난해 수출 5737억弗 '신기록'
중소기업 전방위 지원
중진공, 31개 지역본부·지부의
인프라·정책자금 연계 체제 구축
중기중앙회, 가구·공구·섬유 등
업종별 수출상담회 적극 지원
무역협회, 종합상사 출신 베테랑이
중소기업 애로 사항 해결사 역할
[ 김낙훈 기자 ]
독일 경제신문 한델스블라트는 자국 내 최고(最古) 기업이 1530년 창업한 단추제조업체 프륌(Prym)이라고 수년 전 보도한 바 있다. 어떻게 단추를 만들어 500년 가까운 역사를 이어오고 있을까.
비결은 창의성과 글로벌 시장 개척이다. 이 회사는 아이디어 단추를 비롯해 수많은 제품을 개발했다. 예컨대 카멜레온 단추도 있다. 멋을 내려는 사람들을 위해 온도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제품이다. 이런 식으로 개발된 제품이 약 1만 종에 이른다. 이 회사의 단추는 동남아시아산보다 보통 3배 이상 비싸지만 명품의류나 명품 핸드백업체는 프륌 단추를 사용한다. 이 회사의 엘렌 상무는 “뛰어난 품질의 제품을 제작해 글로벌 시장에서 파는 게 우리 전략”이라며 “유럽 아시아 북미 등 35곳에 공장 및 판매망을 운영한다”고 말했다.
이런 수출형 제조업체들이 독일 산업의 중추를 형성한다. 여기엔 벤츠 BMW 폭스바겐 등 완성차업체를 필두로 자동차부품업체 보쉬와 콘티넨탈, 종합화학업체 BASF(바스프), 전기기기업체 지멘스, 레이저가공기업체 트럼프, 파이프오르간업체 클라이스, 센서업체 엘모스, 청소기업체 카처, 전기제품용 하우징(덮개) 등을 제조하는 피닉스컨택트, 공장자동화업체 페스토도 들어 있다. 이들의 수출이 경제를 견인하고 일자리를 만든다. 독일의 전체 실업률이 지난해 3.6%로 떨어져 완전고용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한 것도 이들 덕분이다.
독일의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년간 독일의 1인당 수출액은 14만5347달러로 한국(7만7327달러)의 약 두 배에 이른다. 한국이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2등을 했지만 독일에 비해선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수출은 일자리 창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특히 내수시장이 좁은 한국은 해외에서 활로를 찾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중소기업은 인력 부족, 해외시장 정보 부족 등의 이유로 적극적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이들 기업의 수출 지원에 발 벗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요즘처럼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파고가 높을수록 중소기업 수출 지원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수출 마케팅 및 글로벌화 지원사업은 다른 기관에 비해 체계적으로 돼 있는 게 특징이다. 31개 지역본부 및 지부의 국내 지원 인프라와 정책자금 등 다양한 연계지원 수단을 통해 유망 내수기업 및 제품을 ‘발굴→육성→온·오프라인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 수출 유관기관과의 협업 및 공동사업을 추진해 성과를 내고 있다. 게다가 수출 마케팅사업 지원 효과를 높이기 위해 수출 성공 및 향상 기업에 대해 정책자금 금리 환급, 수출전용자금 지원 규모 확대 등 사업 간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중기중앙회는 중소기업 해외 파견을 통한 현지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외국 정부 및 기관과의 협력에도 나서고 있다. 무역 환경을 우호적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다. 신영선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은 “중소기업의 수출과 해외 진출은 필수”라며 “통계적으로 볼 때 수출 중소기업의 평균 매출은 59억원으로 전체 중소기업 평균의 14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성장을 위해선 수출형 기업으로의 탈바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중기중앙회는 업종별 내수 및 수출 초보 기업들의 수출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업종별 내수기업의 수출 기업화’ 사업을 도입했다. 업종별 협동조합 및 단체를 중심으로 해외 유력 바이어를 국내로 초청해 해외 파견이 어려운 중소기업들도 해외 바이어와 상담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우선 올해는 가구, 공구, 기계, 섬유 등 총 8개 단체의 업종별 수출상담회를 지원할 계획이다.
무역협회는 전체 역량의 90%가량을 중소기업 수출 지원에 쏟아붓고 있다. 김영주 회장과 한진현 부회장이 직접 현장에서 무역업체 대표들과 만나 애로사항을 듣고 정부에 건의하는 등 발로 뛰고 있다. 올 들어 이미 여덟 차례 간담회를 했고 다음달 이후에도 일곱 차례 간담회를 계획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의견 청취가 아니라 반드시 결과를 알려준다는 점이다. 무역협회의 수출 지원은 현장 목소리 경청 및 애로 해결뿐 아니라 빅바이어 초청 상담회, 해외 전시회 출품 지원, 수출현장 MC(멘토링&컨설팅) 전문위원을 통한 수출 지원 등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무역협회는 지난 3월 ‘2018년 수출현장 MC 전문위원 출범식’을 열었다. 전문위원 82명이 중소기업의 무역 애로 해소와 해외시장 개척 지원 활동에 들어갔다. 이들은 삼성, LG, 대우 등 대기업 종합상사와 중소기업에서 30여 년간 근무하면서 무역 노하우와 해외 마케팅 경력을 쌓은 베테랑이다. 지역별로 배치돼 해외시장 조사부터 마케팅, 바이어 발굴, 통관 및 물류, 계약·결제에 이르기까지 수출 전 과정에서 중소기업 애로 해결사 역할을 한다.
수출은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보고다. 무역협회는 지난해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율이 64.5%에 달한 것으로 추산했다. 수출이 부진했던 2016년에는 이 기여율이 12.1%에 머물렀지만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또 지난해 수출이 신기록을 달성한 것에 힘입어 수출이 만든 일자리도 역대 가장 많은 447만 개에 이른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2016년보다 40만 개가량 늘어난 것이다. 내수시장이 좁은 한국으로선 해외시장 개척이 필수이고, 이를 통한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이 통계가 보여준다고 무역협회는 설명하고 있다. 500여 년 전 콜럼버스가 망망대해로 출항했듯 중소기업은 이제 더 넓은 시장으로 향해 항해할 시기가 됐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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