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적 대비 '10% 제한' 없애고
복수업체 참여 등 규제 완화
생태계 파괴 논란 불가피
수면 상당부분 패널 깔리면
햇빛 차단돼 환경 훼손 우려
[ 조재길 기자 ] 앞으로 전국 3800여 개에 달하는 농촌지역 저수지가 태양광 패널로 빽빽하게 뒤덮일지도 모른다. ‘탈(脫)원전’ 등 에너지 전환을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정부가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려고 태양광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있어서다. 환경단체에서는 수중 생태계 교란을 내세워 벌써부터 반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최근 ‘농업생산기반시설 사용에 관한 지침’을 개정해 저수지 내 신재생에너지 사용제한 지침을 없앤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종전까지는 태양광 설비업자가 저수지 사용허가를 신청할 때 만수(滿水) 면적 대비 10% 이내에서만 태양광 장비를 설치할 수 있었는데, 이를 규정한 조항(제6조 1항)을 삭제한 것이다. 또 저수지당 1개 업체만 태양광 발전설비를 넣을 수 있도록 한 내용도 없애 한 저수지에서 복수 업체가 경쟁할 수 있도록 했다. 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저수지는 전국적으로 3800여 개에 달한다.
농어촌공사는 저수지 내 태양광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등과 협의해왔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이번 규제 완화로 태양광 사업의 경제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공사가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수상 태양광 프로젝트 역시 탄력받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농어촌공사는 새로운 수익원 발굴 차원에서 수상 태양광 사업에 뛰어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설비에서 생산하는 전력에 정부 보조금이 지급되는 만큼 수익성이 높을 것이란 판단이다.
농어촌공사가 저수지 규제 완화에 적극 나선 또 다른 배경은 정부가 추진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다. 현재 7% 수준인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확대하기 위해선 유휴 저수지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태양광 설비용량을 30.8GW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이 중 농업용 저수지(총면적 188ha) 등 농촌 태양광에서 10GW의 전력생산 설비를 구축하기로 했다. 1GW 규모인 원자력발전소를 10개 세워야 달성할 수 있는 목표다.
다만 저수지 수면의 상당 부분을 태양광 패널이 덮을 경우 햇빛이 수중에 충분히 전달되지 않아 생태계 교란을 야기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태양광 모듈과 전지에 납과 같은 중금속이 포함돼 수질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데다 누전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장광현 경희대 환경학및환경공학과 교수는 “수질이 좋은 저수지에서 갑자기 햇빛이 차단되면 식물 플랑크톤 생성이 억제되기 때문에 물고기 수가 감소하는 등 생태계가 크게 바뀔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환경 파괴 염려가 일부 있는 점을 감안해 대규모 태양광 시설을 설치할 때 각 지역본부장을 위원장으로 한 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치도록 별도 절차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태양광 설비가 만드는 그늘이 오히려 녹조를 억제하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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