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기업 애로 챙기기 직접 나서나
[ 조미현/좌동욱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9일 인도 방문 기간에 삼성전자 노이다 휴대폰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난다.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만나는 건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5일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현지 공장 준공식에 참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새로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기업을 지원하자는 게 문 대통령의 일관된 주문”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삼성전자 현지 공장 방문은 민생과 기업의 애로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 참모진에게 “현장을 적극 찾아가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는 지난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출소한 뒤 경영일선에 복귀한 이 부회장과 처음 만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과 직접 소통하며 일자리 창출 등을 당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가 구성한 경제 사절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인도 공장 준공식 참석을 위해 별도 일정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8~11일 인도와 11~13일 싱가포르를 국빈 방문한다.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인도와 싱가포르는 문 대통령이 강조해온 신(新)남방정책의 핵심 협력국가”라며 “이번 순방이 신남방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만남과 관련, “지금까지 대통령 경제 행사에 (기업인을) 오지 말라고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반응했다. 또 다른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재판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문 대통령의 삼성그룹 일정 소화가 괜찮은가’라는 질문에 “왜 오면 안 되는 것이냐”고 반문하며 “너무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은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삼성도 그동안 “이 부회장의 대통령 순방 행사 참석 여부는 유동적”이라며 말을 아꼈지만 이 같은 청와대의 공식 반응이 나오자 적지않게 놀라는 분위기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 뇌물 공여죄 재판으로 구속된 뒤 올 2월 항소심 재판에서 집행 유예로 풀려났지만 정부 측 인사와는 왕래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도 지난해 말부터 △중국 충칭시 베이징 현대차 제5공장 △충북 한화 큐셀 공장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 개장식 등 대기업 현장을 잇따라 방문했으나 삼성과는 유독 거리를 뒀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지난 4월 삼성전자 경기 화성 반도체 공장 ‘EUV(극자외선 노광)라인’ 준공식 행사에 참석을 고민하다 마지막 순간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선 “청와대와 정부가 기업과 자주 소통하고 기업 애로를 해소해주는 게 중요하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 직후 이번 만남이 본격화된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동안 규제와 압박 일변도의 정부 대기업 정책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이번 인도·싱가포르 순방도 ‘경제 외교’에 초점을 맞췄다는 게 청와대 참모진의 설명이다.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은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데 중요한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는 나라들”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인도에서 힌두교 앗샤르담 사원 방문, 한·인도 비즈니스 포럼 기조연설, 간디 추모공원 헌화, 동포 간담회, 양국 기관 양해각서(MOU) 교환식 등의 일정을 소화한다. 싱가포르에서는 리셴룽 총리와의 회담 및 양국 기관 MOU 서명식, 한·싱가포르 비즈니스포럼 등에 참석한다. 오는 8일부터 5박6일간의 일정을 마친 문 대통령은 13일 귀국할 예정이다.
좌동욱/조미현 기자 leftki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