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부진해도 새내기株는 '불패'… 공모주 청약 경쟁률 1000:1 넘었다

입력 2018-07-06 17:39  

마켓인사이트
시중자금 몰리는 새내기株

2분기 증시 데뷔한 기업들
첫날 평균 주가 83% 급등
동구바이오제약·케어랩스 등
공모가 대비 160% 뛴 종목도

공모주 '홈런'에 청약 열기 후끈
희망가보다 높은 공모가 속출
과열된 시장에 高평가 논란도



[ 이태호/이고운 기자 ] ▶마켓인사이트 7월6일 오후 3시45분

올 2분기(4~6월) 공모주 청약 경쟁률이 2012년 한국거래소가 집계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1000 대 1을 넘어섰다. 주식시장이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신규 상장기업의 주가가 평균 80% 가까이 오르면서 시중 뭉칫돈이 몰렸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6월 기업공개(IPO)를 마친 6개사(기업인수목적회사 4곳 제외)의 일반청약 경쟁률은 1010 대 1을 나타냈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는 20개 기업이 신규 상장해 평균 청약 경쟁률 699 대 1을 보였다. 2014년 상반기(732 대 1) 이후 4년 만의 최고치다.


새내기주 20곳 중 19곳 상승

공모주 청약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른 것은 새내기주가 연이어 뛰어난 수익을 올려서다. 올 상반기 신규 상장을 마친 20개 기업(기업인수목적회사·리츠 제외) 가운데 SG를 제외한 19개사가 상장 첫날 공모가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19개사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71.8%. 공모가의 두 배 이상으로 오른 종목도 다섯 개(26%)에 달했다. 2분기로만 좁혀 보면 새내기주의 첫날 주가 상승률은 공모가 대비 평균 83.2%에 달했다.

피부과 처방 의약품 강자인 동구바이오제약(상장일 2월13일)을 비롯해 벤처캐피털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3월14일),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상장 1호 케어랩스(3월28일) 등 세 곳이 데뷔한 날 똑같이 가장 높은 160.0%의 수익률을 올렸다.

‘공모주는 상장 첫날이 최고가’라는 통념을 깨고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가는 사례도 속출했다. 테슬라 요건 상장 1호로 화제를 모은 카페24는 지난달 21일 공모가(5만7000원)의 3배 이상인 18만39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 같은 새내기주의 주가 성적표는 코스닥시장 침체와 대조적이다. 연초 상승 흐름을 타던 코스닥지수는 1월29일 연중 최고점(927.05)을 찍은 뒤 약 15% 하락했다.

대형 증권사 IPO총괄 임원은 “대어급 공모주가 부재한 가운데 새내기주의 불패 행진이 이어지면서 이례적으로 뜨거운 청약 열기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청약 열기 타고 오르는 공모가

뜨거운 청약 열기는 예비 상장기업의 공모가액을 밀어올리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이 수요예측 때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비싼 공모가를 써내고 있어서다. 공모 물량의 30%를 우선 배정받는 코스닥벤처펀드의 가세도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매체인 마켓인사이트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규 상장 기업(20개) 가운데 45%(9곳)는 희망 범위 상단보다 비싼 값에 공모가액을 확정했다. 이 비율은 공모주 시장 열기를 가늠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통한다. 2017년 상장을 마친 62개 기업(기업인수목적회사 제외) 중에선 9%만 공모가를 희망 수준보다 비싸게 정했다.

기관투자가의 수요예측(사전 청약) 경쟁률은 지난 2분기 733 대 1로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기존 기록(반기 기준)은 2014년 3분기의 475 대 1이었다.

고개 드는 과열 우려

공모주 시장 과열로 고수익 행진을 이어가긴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공모가액이 비싸지면 상장 후 기대할 수 있는 가격 상승폭이 작아지기 때문이다.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를 크게 밑도는 사례가 나오면 투자심리가 빠르게 식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모주 투자자들은 상장 초기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바로 처분하고 다음 청약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연이은 주가 상승은 청약 경쟁률을 높이는 기폭제 역할을 하지만, 반대의 경우 청약 수요를 갉아먹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대어급 IPO가 흥행에 실패하면 투자심리가 급속히 식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태호/이고운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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