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큼 외양이 다양한 동물도 드물다. 작은 벌새부터 큰 타조까지 9000종이나 된다. 그래서 상징 동물로 널리 쓰인다. 백로(선)와 까마귀(악), 비둘기(온건)와 매(강경), 참새(약자)와 독수리(강자)…. 이는 개인과 사회 구성원들의 가치 체계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정치권에서 논란이 된 ‘부엉이 모임’은 이름부터 뜻밖이다. 부엉이는 야행성이어서 어둠과 죽음, 탐욕을 상징한다. 서양에서는 지혜를 뜻하기도 하지만 동양에서는 어미를 잡아먹는 불효조로 여긴다. 문재인 대통령과 가깝다는 ‘친문’ 인사들이 왜 이런 이름을 썼을까.
지난해 대통령선거 때부터 “밤에 활동하는 부엉이처럼 어려운 시기에도 문 대통령을 지키자”는 뜻으로 써왔다는데, 의도와는 달리 고질적인 계파 갈등과 분열의 씨앗을 내포한 작명이다.
당장 차기 당대표 경선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의심을 받아 ‘해체 소동’을 벌였다. 친문 그룹이 ‘진문(진짜 친문)’ ‘범문(범친문)’ ‘신(新)친문’ ‘뼈문(뼛속까지 친문)’으로까지 분화하면서 ‘야행성 권력 중독자 모임’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과거 ‘친박(친박근혜)’ ‘원박(원조 친박)’ ‘골박(골수 친박)’ ‘친이(친이명박)’ ‘친노(친노무현)’ ‘비노(비노무현)’의 싸움과 닮은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권력이 독주하거나 패거리 정치에 휩쓸리면 독선과 부패가 싹트기 쉽다. 일각에서는 요즘 정치권의 행보를 일본 전국시대 세 인물의 ‘두견새 울리기’ 고사와 비교하기도 한다. 꾀가 많았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두견새가 울지 않으면 울게 하라”며 통일의 대업을 이룩했고, 신중한 성격이었던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두견새가 울지 않으면 울 때까지 기다려라”며 새 막부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성격 급한 오다 노부나가는 “두견새가 울지 않으면 죽여버린다”며 설치다가 통일의 초석을 놓고도 천하를 빼앗겼다.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이를 빗대어 “건강한 견제 세력이 없으면 자칫 ‘부엉이’가 ‘두견새’를 죽이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한다. 패권의식에 사로잡히면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적으로 몰아붙이기 쉽다. 이런 독단은 결국 파멸을 부른다.
하퍼 리 소설 《앵무새 죽이기》에서도 ‘다름’과 ‘틀림’의 차이를 혼동해 애꿎은 앵무새를 죽이면 개인과 사회가 모두 불행해진다고 경고하지 않았던가.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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