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같이 나타나 강렬한 연기로 영화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신예들. 우리는 그들을 '괴물 신인'이라 부른다.
김고은, 김태리, 최희서 등 괴물 신인들은 시작부터 달랐다. 수백 대, 수천 대 일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화려한 데뷔식을 치른다. 베테랑 배우들 사이에서도 빛나는 존재감을 드러내며 무서운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들의 공통점은 눈에 띄는 개성과 매력, 준비되어 있는 탄탄한 연기력이다.
특히 여배우 기근 현상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영화계에선 개성 넘치는 여배우들의 발견이 반가운 일일 수밖에 없다.
올해 역시 새로 떠오른 영화계 별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대체 불가한 매력을 가진 신인 여배우 전종서, 김다미에게 주목해보자.
◇ 전종서, 데뷔작서 칸 레드카펫 밟은 신데렐라
생애 한 번도 가기 힘들다는 칸 영화제인데, 데뷔와 동시에 초청받은 사람이 있다. 영화 '버닝'으로 스크린에 나타난 배우 전종서의 이야기다.
전종서는 '버닝'의 이창동 감독이 오디션으로 직접 발굴해낸 원석이다. 2017년 세종대학교 영화예술학과 휴학 중 오디션을 통해 여주인공 해미 역으로 캐스팅됐다.
당시 이창동 감독은 새로운 매력과 감성을 갖춰야 하며 높은 수준의 노출이 요구될 수 있다는 것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박하사탕'(1999), '밀양'(2007) 등 주옥같은 작품들을 선보여온 이창동 감독이 파격적인 캐스팅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연기 경험이 전무하지만 회사에 들어간 지 3일 만에 본 오디션에서 예상치 못하게 데뷔 기회를 얻었다. '버닝' 여주인공 자리를 꿰찬 전종서는 세계적인 거장 이창동의 뮤즈가 된 셈이다.
작품 속 전종서는 묘한 아우라를 풍기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과감한 노출과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으로 캐릭터를 완벽히 표현해냈다.
그의 연기는 해외 영화인들마저 사로잡았다. '버닝'은 지난 5월 열린 제71회 칸 국제 영화제를 통해 베일을 벗은 뒤 박수와 찬사를 받았다.
올 상반기 가장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신예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이들에 비해 주목받는 첫걸음을 뗐기에 그의 향후 행보에도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종서는 여러 인터뷰를 통해 "여배우들의 연기와 소신, 가치관 등으로 사회에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힘이 지대하다"며 "내가 지킬 수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만 명확하다면 어떤 크기의 영화든 상관없이 도전할 것"이라고 남다른 각오를 밝혔다.
◇ 1500 대 1 뚫고 주연 따낸 김다미, '마녀'의 흥행 히어로
여배우 원톱 주연 영화도 흔치 않은데, 거기에 낯선 얼굴이 등장했다. 영화 '마녀'의 주인공 김다미다.
'마녀'의 박훈정 감독은 수개월에 걸친 오디션을 진행했지만 적임자를 찾지 못해 영화 촬영을 미뤄야 하나 고민하던 중 김다미를 만났다. 무려 1500 대 1이라는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주연을 꿰찼다.
김다미는 어릴 적부터 방송과 영화를 보며 배우의 꿈을 꿔왔다. 이후 연기 전공으로 대학에 진학하면서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
그는 '마녀'에서 나이도 이름도 기억하지 못 하는 미스터리한 소녀 자윤 역으로 열연했다. '괴물 신인'이라는 말이 조금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폭발적인 존재감을 발산했다.
첫 주연작임에도 불구하고 대선배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연기력으로 125분의 러닝타임을 가득 채웠다. 특히 순수함과 섬뜩함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연기가 인상적이라는 평을 받았다.
감정 연기부터 강도 높은 액션까지 완벽히 소화하며 호평을 이끌어냈고, 이는 '마녀'의 뜨거운 흥행으로 이어졌다.
박훈정 감독과 배우들은 김다미에 대해 "어떤 캐릭터도 담아낼 수 있는 매력적인 얼굴"이라며 "앞으로 충무로를 휩쓸 것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다미는 6월 영화배우 브랜드 평판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대세 김태리와 대선배 김성령 등 막강한 영화배우들을 제치고 거둔 결과다.
이제 막 연기자로 걸음마를 뗀 신예 김다미. 독보적인 연기력과 신선함으로 스크린을 달군 그에 대한 기대가 뜨겁다.
한예진 한경닷컴 기자 geni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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