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에 GM·혼다 '공급망 타격' 초긴장

입력 2018-07-08 19:02  

글로벌 기업들 가격인상 압박

美자동차, 전자부품 中 의존도 커
포드·GM 등 비용 상승 고민 중
완구 수입 美업체는 인상 예고

관세 지속되면 부품조달처 변경
中 '세계의 공장' 위상 흔들려



[ 오춘호 기자 ] 미국과 중국이 상대방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통상전쟁’을 시작하자 우려한 대로 글로벌 기업들이 아우성치고 있다. 기업들은 관세가 증가하면 곧바로 원가가 높아지기 때문에 가격 인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부 기업은 중국에서 주로 조달받던 부품과 소재 공급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글로벌 부품 공급망이 뒤흔들리면 세계 경제 전반에 걸쳐 혼란이 불가피해진다.


◆비용 증가 고민하는 GM·포드

제너럴모터스(GM)는 최근 미 상무부에 보낸 보고서에서 “자동차 부품 관세는 미국 내 일자리를 줄이고 GM을 ‘지금보다 더 쪼그라든 GM’으로 만들 것”이라고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우려했다. GM은 수입차나 부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에서 ‘뷰익’ 브랜드로 수입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생산 비용이 한 대당 8000달러(약 880만원) 정도 더 들어갈 것이라고 추산했다.

미국 자동차업체들은 일반 부품은 물론 반도체와 저항기 등 전자부품의 30%가량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통상전쟁으로 차량 제조 비용이 올라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GM은 아직 판매가 변경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러나 앞으로 비용이 증가하면 심각하게 가격 인상을 고민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내 자동차 생산 공장을 갖고 있는 포드는 가격 인상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WSJ는 “포드와 GM은 중국 내 생산이 많지만 통상전쟁이 지속된다면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선제적 가격 인상 움직임도

가격을 당장 올리려는 기업도 있다. 중국에서 교육용 완구를 제조해 미국에 판매하는 치비트로닉스는 지난달 회사 블로그에 “가격 인상 가능성이 있어 조기에 구입을 권한다”고 밝혔다. 이 기업은 완구에 들어가는 모터와 전기회로 등 공작용 부품이 과세 대상으로 포함돼 있기 때문에 비용 부담을 견딜 수 없다고 밝혔다.

일본의 세계적인 전자부품기업인 무라타제작소도 세라믹콘덴서 가격을 18년 만에 20~30%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스마트폰의 고기능화와 5세대(5G) 설비 대응 등으로 투자비와 인건비 부담이 늘었다고 가격 인상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미·중 통상전쟁으로 중국이 수입하는 중간재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으로 가격을 인상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부품 공급망 전환까지 검토”

자동차 엔진 제어기기를 제조하는 일본 혼다자동차 계열의 케힌은 앞으로 신제품은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기업은 대신 해당 제품을 미국이나 일본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 시장에 공급할 방침이다. 타이어업체인 브리지스톤도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의 잇따른 철강 관세 부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세 부과로 타이어에 들어가는 철선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무역전쟁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부품 공급망 변경을 검토하는 일본 기업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 CNBC방송은 무역전쟁이 확대되면 한국과 대만, 싱가포르 등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방송은 타이무르 배그 싱가포르 DBS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인용해 “미·중 양국이 모든 제품에 대해 15~25% 관세를 부과하는 전면적인 무역전쟁을 벌이면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지난해 2.9%보다 0.4%포인트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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