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올해도 어김없는 '서울 엑소더스'…치솟는 집값에 경기도로 내몰려

입력 2018-07-09 07:26   수정 2018-07-09 15:08

1~5월 서울서 4만3000명 순이동…탈서울 가속
"전셋집 전전할 바엔…" 남양주·하남·김포로 이사




서울을 떠나는 인구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탈(脫) 서울’이 가속화하면서 인구 980만명 선이 무너지기 직전이다. 치솟는 집값을 견디지 못한 신혼부부 등이 수도권 신도시로 이주하는 영향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서울서 전세로 사느니…”

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서울의 주민등록 인구는 981만4049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만332명 감소했다. 탈서울 추세가 빨라지면서 올해 들어서는 4만3000여명이 줄어들었다. 전입인구를 뺀 서울의 순전출 인구는 1월 7155명에서 3월 7978명, 5월 1만1298명으로 5개월 연속 증가했다. 이들 인구는 주로 경기도로 빠져 나갔다. 1~5월 사이 서울에서 경기도로 순전출 인구는 5만6082명에 달했다.

지역별로는 강남구의 순전출이 가장 많았다. 상반기 재건축 이주 등이 상당 부분 지연됐음에도 이미 8000명이 빠져나갔다. 노원구(4352명)와 양천구(3743명), 구로구(3693명), 강동구(3582명), 성북구(3141명)가 뒤를 이었다. 다만 성동구는 2422명이 순전입해 유일하게 1000명 이상 인구가 늘었다.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서울의 집값 부담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주택구입부담지수는 118.8을 기록해 전분기보다 2.1포인트 올랐다. 2011년 4분기(119.4) 이후로 가장 높은 수준이고 2016년 2분기(94.1)부터는 7분기 연속 상승 중이다. 반면 경기 지역은 70.8로 지난해 4분기(71.5) 대비 하락 반전했다. 인천 역시 65.1로 서울과 비교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중간소득 가구가 표준대출을 받아 중간가격 주택을 구입할 때 상환부담을 나타내는 지수다. 지수가 100이라면 소득 가운데 약 25%를 대출 원리금 상환으로 부담한다는 의미다. 지수가 높을수록 금융 부담이 높은 셈이다. 서울의 경우 모든 지역이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탓에 지방에 비해 대출을 받기도 까다롭다.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상반기 서울 아파트매매가격 상승률은 3.49%로, 수도권(1.44%)의 2.5배 수준을 기록했다. 전국 평균(-0.21%)과 비교하면 격차가 더욱 크다. 연초엔 강남과 도심 아파트값이 수억원씩 오른 데 이어 최근엔 외곽지역에서 ‘키맞추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은평과 구로, 성북 등지 아파트값이 줄줄이 신고가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고양 지축지구에 새 아파트를 분양받은 김은영(35) 씨는 “서울에서는 4억~5억원으로는 새 아파트를 꿈도 꿀 수 없다”면서 “지은 지 10년도 넘은 아파트를 전세로 전전하느니 수도권의 멀지 않은 신도시로 가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결혼 3년차인 강일구(37) 씨 역시 부천의 한 아파트로 이사를 앞두고 있다. 강 씨는 “서울 외곽의 빌라 젓셋값이면 부천에선 아파트를 살 수 있다”며 “아이가 자라는 만큼 출퇴근이 조금 번거로워지더라도 주거안정성을 택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규제로 대출이 묶인 데다 금리까지 오르고 있어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어디서 어디로 떠났나

서울을 떠난 이들이 가장 많이 둥지를 튼 곳은 경기도 남양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남양주는 올해 1~5월 9107명이 순전입했는데 이 가운데 81%(7418명)가 서울 사람이다. 다달이 1500명가량 서울에서 남양주로 이사한 셈이다. 지난해엔 7597명이 순이동했는데 이미 그 수준에 육박한다. 서울에서도 남양주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랑구(1162명)와 노원구(1055명), 강동구(917명) 순으로 전출이 많았다.

남양주는 별내지구가 완성단계에 접어들었고 다산신도시의 본격적인 입주가 올해부터 시작됐다. 다산신도시에서 최근 분양한 단지들의 분양가격은 전용면적 84㎡를 기준으로 4억~4억5000만원 안팎이다. 인근 중랑구에서 지난해 분양한 ‘사가정센트럴아이파크’의 같은 면적대가 6억원대, ‘면목라온프라이빗’이 5억원 중반인 것과 비교하면 1억~2억원가량 저렴한 셈이다.


하남(6100명)과 김포(6000명), 인천(4700명), 고양(4500명)등으로도 서울 거주자들이 많이 이동했다. 이들 지역 역시 기존 거주지와 생활권이 크게 다르지 않은 곳으로 옮긴 이들이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미사강변도시와 위례신도시를 끼고 있는 하남은 재건축이 활발히 진행 중인 강동구(2045명)에서 순전출한 인구가 가장 많았다. 두 지역은 사실상 하나의 생활권으로 봐도 무방할 만큼 가깝다. 송파구(1388명)와 광진구(415명)의 순전출이 강동구의 뒤를 이었다.

하남에서 최근 청약을 받은 ‘미사역파라곤’의 경우엔 809가구 모집에 8만4875명이 몰려 1순위 경쟁률이 104.9 대 1을 기록했다. 분양가상한제로 전용 102~107㎡의 중대형 주택형 분양가가 5억원 안팎에 책정됐다. 강동구 신축 아파트 전용 84㎡의 절반 수준인 가격이다.

김포와 인천은 서울 서남권 거주자들이 옮겨간 경우가 많았다. 강서구 순전출이 각각 1976명과 866명으로 가장 비중이 높았다. 고양 역시 가까운 은평구에서 1959명이 순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인 서대문구(475명)와 격차가 컸다. 삼송과 지축, 향동 등 택지지구와 도시개발사업인 덕은지구 개발이 끝나면 서울 서북부 지역의 순전출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들 지역은 최근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 든 신분당선 서북부선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착공 등 교통망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지축지구에서 입지가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지축역센트럴푸르지오’ 전용 84㎡ 분양권은 지난달 5억5631만원에 손바뀜해 분양가 대비 5000만원가량 올랐다. 하지만 가까운 은평뉴타운의 첫 단지인 ‘박석고개힐스테이트1단지’ 같은 주택형과는 여전히 1억원 정도 시세 차이를 보인다.

서울 남부에 위치한 용인과 성남은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 거주자의 유입이 많은 게 특징이다. 올해 서울에서 용인으로 순이동한 인구는 3670명이다. 강남구(639명) 서초구(377명), 송파구(325명) 순으로 전입이 많았다.

분당신도시와 판교신도시가 있는 성남은 특히 강남구 출신이 많았다. 늘어난 2865명 가운데 1005명이 강남구에서 순전출한 인구다. 올해 강남구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한 4390명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다. 분당과 판교는 ‘강남의 대체지’이면서도 다른 신도시들과 달리 자족기능을 갖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서울 통근·통학 비율이 27~28%대로 광명·과천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라면서 “서울에 예속된 도시가 아니라 자족적인 기능을 형성한다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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