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사망자가 130명에 육박하고 실종자가 최대 86명에 이르는 등 피해가 눈덩이로 불어나는 가운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집중 호우가 시작된 날 술자리에 참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구설에 올랐다.
9일 교도통신 보도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지난 5일 밤 중의원 의원들의 숙소인 '중의원숙사'에서 동료 의원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5일은 서일본에 폭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날로써 이후 3~4일간 계속된 폭우로 대규모 재해가 발생했다.
당시 술자리는 일본 언론에 보도될 정도로 공개적인 행사였지만, 이후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이번 폭우에 대해 일본 정부와 여당의 대응이 안일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술자리는 중의원숙사가 위치한 곳인 아카사카(赤坂)를 붙여 '아카사카 자민 정(亭·정자)'이라는 이름으로 매년 열리는 모임이었다. 아베 총리는 오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표 단속' 차원에서 이 모임에 처음으로 참석했다.
이와 함께 '포스트 아베' 주자 중 한 명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과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관방 부(副)장관, 다케시타 와타루(竹下亘) 자민당 총무회장 등도 자리에 있었다.
정부와 여당의 대응이 도마위에 오르자 이 술자리를 주최한 다케시타 총무회장은 "솔직히 이렇게 엄청난 재해가 될지는 예상 못 했다. (술자리가) 이미 열려버렸다. 어떠한 비난도 받아들인다"고 자세를 낮췄다.
기시다 정조회장 역시 "이번 호우는 지금까지 경험한 재해와 질이 달랐다. 재해의 변화에 대해 고려했어야 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편 지난 8일 11개 광역자치단체에 내려졌던 호우 특별경보는 모두 해제됐으나 기상청은 토사 피해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총무성 집계에 따르면 20개 지역 대피소에서 생활하는 인원은 3만명을 넘어섰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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