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 Biz] 반년 앞서 새 수장 뽑은 바른… 취임 첫날부터 '개혁 드라이브' 예고

입력 2018-07-10 18:34  

판사 출신 박철 변호사 새 대표로
모든 파트너 의견 수용해 선출
'강력한 리더십' 발휘 토대 마련
자문역량 강화 등 추진할 듯



[ 이상엽 기자 ] 로펌업계 7위의 대형 법무법인 바른이 판사 출신 박철 변호사(사진·사법연수원 14기)를 임기 3년의 새로운 대표변호사로 내정했다.

바른의 이번 대표변호사 선임은 로펌업계에서도 상당히 이례적이었다. 내년 1월 임기를 시작하기까지 반년의 시간을 남겨뒀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표변호사 선출도 파트너 변호사들이 직접 투표로 뽑은 운영위원들을 통해 이뤄졌다. 급변하는 법률시장에서 바른의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 새로운 ‘선장’에게 활로를 모색할 시간적 여유와 함께 강력한 리더십을 구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변호사가 ‘준비된 대표변호사’로서 취임과 동시에 ‘개혁 드라이브’를 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얘기다.

바른은 최근 운영위원회를 열어 내년부터 ‘바른호(號)’를 이끌 대표변호사로 박 변호사를 선택했다고 10일 밝혔다. 박 변호사는 23년간 판사로 재직하면서 민·형사와 가사 사건 등을 두루 맡았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두 차례 거쳤고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로도 일했다. 박 변호사를 보좌할 업무집행, 회계담당에는 각각 이동훈(23기)·박재필(16기) 변호사가 맡기로 했다.

바른이 6개월 전에 새로운 대표변호사를 뽑은 이유는 법률시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해서다. 바른은 판사와 검사 출신 등 이른바 ‘전관 변호사’ 비율이 높아 전통적으로 송무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법률시장이 자문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낮은 연차 변호사를 중심으로 꾸준히 커져 왔다. 파트너 변호사 간 배당도 정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생겨났다. 바른 관계자는 “하루가 다르게 치열해지는 로펌업계에서 창립 이후 20년 동안 보여온 성장세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위기 의식이 필수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대표를 미리 내정해 지난 정부와 관계가 좋았다는 이미지도 쇄신할 필요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을 이끄는 강훈 변호사는 1988년 바른의 창립 멤버로 참여해 대표변호사까지 지냈지만 지난 2월 퇴사했다.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정치적 사건을 담당하는 것이 유리할 게 없다고 판단한 운영위 뜻에 따른 것이었다. 바른의 한 파트너 변호사는 “‘보수 정권에서 급성장했다’는 시각이 아직도 조금 남아 있다”며 “새 대표는 이미지 극복과 자문 분야 전문화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새로운 경영진은 본격적으로 임기를 시작하기 전까지 매출과 배당, 인력 확보, 조직 개편과 홍보 등의 현안을 분석해 대안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변호사 결정에는 막강한 힘이 실릴 것이란 분석이 많다. 바른은 지난 4월 일종의 비상대책위원회인 ‘거버넌스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했다. 여기에서 바른의 주요 경영 사항을 좌지우지하는 운영위원들을 파트너 변호사들이 투표로 결정키로 했다. 100여 명의 파트너 변호사들이 지분 변호사는 2표, 계약 변호사는 1표를 행사해 7명의 운영위원을 뽑았다. 여러 로펌들의 운영위원회가 대표나 오너 변호사의 의중을 충실히 반영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바른은 이와 달리 운영위원들의 독립적인 의사 결정이 가능해진 것이다.

국내 대형 로펌의 한 대표변호사는 “바른이 다양한 파트너십 모델의 장점을 모아 나름대로 최선의 선택을 한 것 같다”며 “바른의 실험 결과에 따라 로펌업계에 큰 파장을 몰고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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