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차세대 교통 시스템

입력 2018-07-10 18:55  

김태호 < 서울교통공사 사장 taehokim@seoulmetro.co.kr >


최근 프랑스, 독일, 핀란드, 스페인 등 유럽을 중심으로 차세대 교통 시스템인 ‘마스(MaaS: Mobile as a Service)’가 주목받고 있다. 서비스형 모빌리티로 불리는 마스는 이용자 개인의 형편과 필요에 따라 다양한 교통수단을 결합해 이동의 편의성을 제공하는 수요자 중심형 교통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서울교통공사 본사에서 선유도공원까지 간다고 했을 때 지하철, 트램, 버스는 물론 택시, 렌터카, 오토바이 등에 이르기까지 활용할 수 있는 모든 교통수단을 조합해 하나의 이동 서비스로 디자인하는 방식이다.

요금 결제 방식도 혁신적이다. 각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마다 일일이 요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한 달에 한 번씩 월정액을 내기만 하면 모든 교통수단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서울에 이 매력적인 교통 시스템이 도입된다면 어떨까. 마스는 교통수단 간 환승 연계 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는 전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서울연구원이 지난해 3월 발표한 ‘도시철도·간선버스 간 환승보행환경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도시철도 간 환승은 전체 통행량의 50.1%를 차지했다. 반면 도시철도와 간선·광역버스 간 환승은 14.7%로, 활성화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철도 간 환승시간은 평균 3.04분인 데 반해 도시철도와 간선버스 간 환승시간은 평균 6.7분으로 2.2배나 더 걸렸다. 긴 환승시간이 활성화되지 않은 원인이다. 대중교통별로 운영 사업자가 달라 환승 소요시간, 환승 거리, 환승 인원, 노선별 수요 등 환승 편의를 위한 다양한 요소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아쉽다.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통합 출범하면서 많은 사람이 필자에게 물었다. 지하철 회사 이름을 왜 서울교통공사라고 지었느냐고 말이다. 사명에는 지하철과 더불어 지상 교통수단으로의 사업 영역 확장을 통한 복합 교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출범과 함께 신교통사업 부서를 신설하고 지하철 외에 다양한 교통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발 빠른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 배경이다.

미래의 교통은 승객을 실어 나르는 운송 서비스가 아니라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막힘 없는 이동, 연결 서비스의 개념으로 진화할 것이다. 그 중심에 승객의 편의성이 최우선돼야 한다. ‘퍼스트 마일(first mile)’부터 ‘라스트 마일(last mile)’까지 완벽한 이동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마스(MaaS)와 같은 새로운 이동 서비스가 커나갈 수 있는 제도적 기반과 인프라가 빠르게 구축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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