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장관이 선정
親정부 인사들로 채워
5월 위촉 때부터 논란
"노사 균형추 역할 못해
차라리 국회서 뽑아라"
[ 백승현 기자 ]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절박하게 호소해온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화’가 결국 무산된 것은 중립을 지켜야 할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의 ‘배신’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지난 10일 총 27명의 최저임금위 재적위원 중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추천위원 4명이 불참한 가운데 표결에 부쳐진 해당 안건은 14 대 9로 부결됐다. 표면적으로는 찬반이 갈린 것처럼 보이지만 그동안 사용자위원 9명이 일관되게 업종별 차등화를 요구해온 점을 감안하면 공익위원 9명 전원이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공익위원들의 좌편향 우려는 지난 5월 위촉 당시부터 제기됐던 문제이지만 일부 중도성향의 공익위원까지 모두 돌아설 줄은 몰랐다는 게 사용자위원들 반응이다.
◆공익위원 누가 어떻게 뽑나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각 9명씩 27명으로 구성된 다수결 방식의 의결기구다. 최저임금 특성상 노사 간의 간극이 클 수밖에 없어 인상률을 결정하는 열쇠는 공익위원이 쥐게 된다.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은 전국적 규모의 노사단체가 추천한 사람을 고용노동부 장관이 제청해 대통령이 위촉한다. 공익위원은 고용부 장관이 선정해 대통령 위촉 과정을 거친다. 고용부 장관이 대통령의 뜻을 읽고 원하는 사람을 뽑는다는 얘기다.
올해부터 향후 3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을 결정하게 될 공익위원 선정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16.4%라는 기록적인 인상 여파로 최저임금이 사회적 논란이 되면서 선뜻 ‘최저임금 인상의 선봉에 서겠노라’고 나서는 교수, 전문가가 많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그렇다 보니 직전 공익위원들의 임기가 지난 4월23일 종료됐으나 새 공익위원 위촉은 5월 중순에야 이뤄졌다.
고용부는 5월 11대 최저임금위 신규 공익위원을 소개하며 “노사 의견을 균형 있게 조정할 수 있고 노동경제·노사관계·사회복지 등 관련 분야 전문성을 갖췄는지를 고려해 위촉했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애써 균형감과 전문성을 강조했지만, 공익위원들의 좌편향 우려는 위촉 전부터 예견됐다. 어수봉 전 최저임금위원장은 퇴임을 앞둔 4월 “정부가 또 대폭 인상을 꾀한다면 공익위원을 그쪽 사람으로 채울 것”이라며 “새로 선임되는 공익위원을 보면 최저임금 정책을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익위원 면면 들여다보니…
어 전 위원장의 예상대로 새 공익위원은 친(親)노동계, 친정부 성향 인사들로 구성됐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정책본부 출신인 권혜자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주는 타격은 제한적”이라는 주장을 펴온 오상봉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등이 대표적이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 양대지침(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폐기를 주장하고 고용부의 적폐청산위원회(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강성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있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의 ‘일자리혁명위원회’에 참여하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학구조개혁위원장을 맡았던 류장수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는 11대 최저임금위원회를 이끌고 있다. 이 밖에 김혜진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문재인 캠프 ‘일자리위원회’에서 일했고, 백학영 강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임금격차·불평등 해소 분야를 주로 연구해왔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전문성을 차치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논의구조에서 공익위원들에게 균형감을 기대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얘기”라며 “차라리 정당별 의석 비율에 따라 국회에서 공익위원을 정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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